[e월드]美 신생 이통사들, 튀는 서비스로 젊은층 끌어

 -신생 이동통신회사들 ‘튀는 서비스’로 젊은층 끌어들인다

 미국의 신생 이동통신회사들이 튀는 아이디어로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 기존 이동통신회사들의 눈총과 시샘을 동시에 받고 있다. 신생회사 버진모바일USA와 이의 경쟁사 부스트모바일이 최근 선보인 ‘구난 벨소리 (rescue bell)’, 미국 인기가수의 여론조사 같은 참신한 서비스가 대표적인데 이들 서비스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 신생 통신회사는 사용하기 편리한 통화시간 선불제도, 재미와 편리함을 갖춘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고객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또한 경기침체 속에서 매출증대와 고객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기존 휴대폰서비스회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이동통신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버진모바일USA 등은 신용조회 후 연간 계약을 맺는 기존 휴대폰서비스 요금제와 달리 음악 소매점이나 전자제품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전화카드(calling card)를 통해 통화시간을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아이도 휴대폰 통화시간을 사서 나름대로 손쉬운 관리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대형 이동통신회사들이 일부 지분를 소유하고 있는 이들 두 회사는 기존 통화시간 선불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첨단 서비스와 최신 이미지까지 제공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버진모바일 등 두 통신서비스회사의 통화시간 선불제가 다른 통신회사의 통화시간 선불제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선불요금과 통화시간을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진모바일의 통화시간 선불제 가입자 중 87%는 고객 서비스 요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지난 한달간 통화시간을 추가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50%의 고객은 버진모바일 직원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휴대폰을 온라인으로 개통하는 ‘위력’을 보이기도 했다.

 기존 이동통신회사의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고라도 만만치 않은 운영비가 든다. 컨설팅회사 어드벤티스의 앤드루 콜 이동통신산업 분야 애널리스트는 “버진모바일의 성공은 통화시간 선불제 회사들이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내 어떤 통신회사도 ‘구조 벨소리’라는 서비스를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버진모바일을 추켜세우고 “이는 이들 두 기업이 통신시장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며 만약 이들의 서비스가 계속 성공하면 통신시장의 효율성이 그만큼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버진모바일의 ‘구난 벨소리’ 서비스는 얇팍한 상술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버진모바일은 이 서비스를 활용해 일종의 동아리 문화를 만들 작정이다. 즉 구난 벨소리 서비스 사용자가 탈출해야 할 위급한 상황이 오면 전화 벨소리가 나도록 휴대폰에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이 작동되는 식이다.

 MTV 스타의 목소리로도 벨소리를 내게 할 수 있다. 이 구조 벨소리가 울릴 때 전화를 받고 탈출해야겠다고 생각되면 전화를 받으면 되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벨소리를 무시하면 된다. 버진모바일은 또 남은 통화시간을 알려주는 ‘잔여시간 버튼(balance button)’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메시지 그룹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버진모바일USA의 서비스 차별화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 이 회사 댄 슐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서비스 개시 이후 신규 고객이 45만명에 달했으며 이달 중순까지 5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했다.

 슐먼 CEO는 “다윗이 골리앗과 싸워서 이기려면 집중해야 한다”고 성경에 빗대며 “어린 소비자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기존 개념을 다 버리고 새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버진모바일과 부스트의 ‘한계’도 있다. 이들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회사라서 그런지 실리콘밸리의 일부 10대 소비자들은 버진모바일 등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그리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기존 이동통신 경쟁사들은 버진모바일과 부스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널리스트 등 시장전문가들은 기존 이동통신회사들이 버진모바일의 조기 성공에 자극받아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를 집중 겨냥한 비슷한 벤처 설립을 검토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일부 경쟁사들은 반항적인 10대 소비자들이 부모 세대가 가입한 통신회사를 이용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브랜드 이름과 마케팅 메시지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대형 이동통신회사인 스프린트PCS가 버진모바일USA의 지분 절반 정도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버진모바일의 나머지 지분은 영국 여행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버진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부스트모바일의 경우 지분 66%를 기업 중심의 이동통신서비스 회사인 넥스텔와이어리스가 가지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포레스터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찰스 골빈은 “통신회사 브랜드에 적합지 않은 고객층까지 고객 기반을 확대하려면 버진모바일처럼 지분제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젊은 세대이나 청소년 시장을 똑같이 겨냥하고 있지만 버진모바일과 부스트의 시장접근 방법은 차별화돼 있다는 점이 성공 요인이다.

 실제 버진모바일은 자사 고객의 55%를 차지하는 여성을 의식해 음악전문 방송 MTV와 제휴해 뮤직비디오 인기 투표, 스타들이 보내는 오디오 엽서, 스타들이 걸어주는 잠 깨워주기 전화서비스 등을 개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또 부스트모바일의 경우 파도타기, 산악자전거 타기 등 과격한 스포츠 행사와 제휴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부스트 고객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또 60%가 남성인 까닭이다.

 버진모바일은 기존 이동통신회사 중계탑과 전송장비를 임대해 자체 서비스와 브랜드 이미지를 추가한 뒤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참신한 방법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버진모바일처럼 통신망을 빌려서 운영하는 회사를 이른바 ‘가상 이동통신망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 포레스터리서치가 유럽의 이동통신회사 3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10개사만이 MVNO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대부분은 MVNO가 기존 이동통신회사의 고객을 앗아가며 통신요금을 떨어뜨릴 ‘악동’으로 지목했다.

 버진모바일 가입자 중 휴대폰 문자메시지 사용자 비율은 다른사 평균인 20%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53%에 달하는 등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젊은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최고의 휴대폰 데이터 서비스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슐먼 CEO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주고객이 16∼24세의 젊은 여성으로 이들은 여러 지역에 골고루 퍼져 있다”며 “버진모바일도 문자 메시지 이용자가 도시에 편중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놀랐다”고 지적했다.

 <제공=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