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읽어주는 남자/탁석산 지음/명진출판 펴냄
최근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에 관해 연일 방송되고 있다. 전쟁이 발생했다는 것과 미국이 거의 승리했다는 사실은 우리 눈앞에 명확히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전쟁을 왜 해야 했는가에 대한 대답은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세계가 사실세계와 의미세계로 이뤄져 있다고 본다면 사실세계는 과학적인 물질세계로, 의미세계는 철학적인 정신세계로 볼 수 있다. 전쟁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하나인데, 왜 전쟁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미는 여러 개다. 또 한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어렵다는 사실세계는 하나인데, 왜 어려운가 하는 의미세계는 또 여럿인 것 같다. 경제계에서의 기업은 ‘무엇(what)을 어떻게(how)’에 지대한 관심이 있지만 소비자는 ‘무엇을 왜(why)’에 관심이 있다. ‘어떻게’는 사실의 세계고, 과학과 기술의 세계다.
탁석산의 ‘철학 읽어주는 남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생활을 ‘왜’라는 질문을 통해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 내용 중 ‘왜’라는 질문으로 본질에 접근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 내용의 일부분을 소개해 보겠다.
◇토픽1. 화장, 패션 그리고 성형수술=화장은 얼굴 표면을 덧씌운 것이고, 패션은 신체 표면을 덧씌운 것이고, 성형수술은 신체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몸의 변화가 정신을 변화시키고, 정신의 변화는 행복을 증진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화장이나 패션은 이미지로서의 신체 위에 덧입힌 또 하나의 의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화장이나 패션을 선택한다. 이런 맥락에서 옷이 제2의 피부라는 말과 옷을 통해 그 사람의 지위와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이유는 자신이 명품에 걸맞은 사람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이미지로서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경제적 능력자로서의 자신)은 많은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성형수술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구현하려는 수단으로 선택된다는 면에서는 화장이나 패션과 동일한 성격이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더욱더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로 여긴다면 화장은 물론 패션 그리고 성형수술도 불필요할 것이다.
◇토픽 2. 복권과 스포츠=매주 인생역전을 꿈꾸며 로또를 구매하는 것과 루소의 인간불평등 기원론의 비교설명은 압권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루소의 사회적 불평등과 자연적 불평등을 염두에 두고 복권을 사거나 카지노에 가거나 스포츠를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 어떤 행위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우리의 생활, 특히 비즈니스에서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적 불평등을 가지고 태어난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머리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키가 큰 사람, 작은 사람 등 자연적 불평등은 거의 해소할 수 없다. 이런 자연적 불평등이 쌓이면서 조용한 분노가 점차 자라고 이는 다른 형태, 즉 사회적 불만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자연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 중 하나가 바로 복권이다. 복권은 지식도, 미모도, 재산도 관계가 없다. 즉 자연적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불평등도 없는 원초적 상황이 복권을 긁을 때의 마음의 풍경이다. 스포츠는 규칙에 따라 진행되며 규칙은 공개돼 있고 누구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회는 규칙이 존재하지만 규칙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소리 없는 분노와 하소연할 길 없는 억울함을 해소하는 방법은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다. 스포츠는 타고난 신체적 조건을 완전히 무시할 만큼의 자연적 불평등을 해소해 주지는 못하지만 사회적 불평등의 완화책 역할을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올인’도 주인공의 자연적·사회적 불평등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 대한 시청자의 대리만족이 드라마를 성공하게 한 큰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나는 이 책에 나온 여러 토픽으로 동료들과 토론을 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해 보고, 또한 우리의 사업에 활용해 보려고 한다. 이 책은 소비자 입장에서의 ‘왜’가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허종도 하이윈 사장 djhur@gamesw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