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신장세를 거듭하며 그나마 내수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디지털TV마저 지난 1분기에는 기세가 껶였다.
KDI와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향조정하며 정부의 대책을 소리높여 외쳤다. 실물경기의 대표선수 중 하나로 꼽힌 디지털TV의 역성장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월 프로젝션·PDP·LCD를 채용한 프리미엄급 디지털TV 판매대수가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에 비해 무려 27%의 판매 하락세를 보였다. 비수기 수요확대를 위해 특별 판촉행사를 벌인 2월에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성수기로 들어서는 3월 역시 상황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LG전자도 지난 2월과 3월 디지털TV 실판매량이 지난해 4분기 평균 판매량에 비해 15∼20%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남전자 역시 지난해 4분기 월 평균 3400대에 달하던 판매량이 올해 1분기에는 월 평균 2900여대로 급속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밖에 UPD, 이레전자 등 디스플레이 전문 업체들의 판매실적도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할 때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관계자는 “AV제품은 겨울철이 성수기여서 4분기와 1분기 판매실적이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게 정상”이라며 “올 1분기 판매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급 디지털TV는 지난 1년 동안 전년 동기대비 큰 폭의 신장률을 보여왔는데 이번 1분기에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소비심리 위축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전자산업진흥회가 집계한 통계에서도 이같은 실정은 잘 드러난다. 지난 2월 내수시장 디지털TV 판매량은 4만8000여대에 그쳐 5만4900대를 기록한 1월에 비해 12.5%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2월 판매량은 디지털TV 시장이 채 열리지도 않았던 지난해 3월에 기록한 6만대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월드컵 특수로 지난해 6월 한달 동안 약 7만대가 팔려나간 시절은 먼 나라 얘기 같다.
통계청이 조사, 발표한 3월 소비자 평가지수가 지난 98년 처음 조사한 이래 가장 나쁜 63.9를 기록했다는 점은 이같은 현실을 뒷받침해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면 내구재인 가전제품과 자동차 등의 소비를 가장 먼저 줄이기 때문에 가전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 같다”며 “더 큰 문제는 올 2분기 이후 소비 활성화를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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