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업종 B2B시범사업은 국내 시계산업의 침체와 맞물려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특히 e비즈니스화를 통해 불황을 탈출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은 업계에 큰 기대감을 걸게 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과 사업주최사의 의욕적인 추진에도 불구, 산업 전반의 침체와 이에 따른 업계의 투자부족 등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낳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B2B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업계에 정보화 인식을 심어준 것은 어느정도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시범사업의 주최사인 EC글로벌은 첫해인 지난 2001년 ISP 및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뒀다. 이는 정보화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완제품 및 부품의 분류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전자카탈로그 표준화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전자문서를 위한 비즈니스 전과정을 분석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2차연도부터는 기초 및 운영기반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100개가 넘는 상품군에 대한 분류체계 및 전자카탈로그를 완성하고 7000여개가 넘는 시계 관련 부품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또 전자문서에 대한 운영 모델시스템을 완성했다. 특히 인프라 구축에만 한정할 경우 현장 업체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 현업에 필요한 시스템 개발도 병행해 나갔다. 이를 위해 도면 데이터 및 사양서에 대한 공유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설계정보공유시스템’을 개발해 공급했으며 또 영세업체들이 겪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도움을 주기 위해 e메일 마케팅을 전개했다.
시계 B2B시범사업이 가능성을 보여주며 성공사례로까지 거론되는 데에는 이 업종에서 15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시계산업 표준화 위원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사업수행을 주도하면서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여기에 사업기획 및 운영에 있어 시계업계 관계자들이 IT를 이해하고 현업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쳐 현실성 있는 인프라를 구축한 것도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전자 등에 비해 오히려 정보화에 대한 투자가 미미해 왔던 것도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글로벌 e마켓플레이스 운영을 목표로 전개했던 사업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는데는 실패했다. EC글로벌은 초기 홍콩·대만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후 중국을 파트너로 끌어들인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홍콩에 1인 사무소를 운영했으나 마켓플레이스내 거래기능 및 회원사의 활동부족 등으로 1년여만에 운영경비 및 시간적인 손해를 보고 철수하고 말았다.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시계업종 B2B시범사업은 이밖에 수행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먼저 현재까지 구축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표준화 이후 구축한 ERP와 e마켓플레이스를 어떻게 연동시킬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 EC글로벌은 전자카탈로그와 전자문서 부문부터 연계한 이후 이를 현재 추진중인 시계업종 ERP템플릿사업에 적용하며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신용보증기금에서 제공하는 은행권의 마켓플레이스와 연계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상거래를 지원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를 도입해 현업의 결제관행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ERP와 마켓플레이스와 연동해야 한다.
EC글로벌은 앞으로 국내표준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는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시계업종의 B2B 사례가 없어 이 시장을 선점한다면 시계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