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컴퓨팅 분야에서 일본은 결코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유비쿼터스’를 밑거름으로 과거 ‘미국도 배워야했던 경제대국’으로서의 일본 위상을 되찾으려 한다. 그 한 가운데 일본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자존심 사카무라 겐 도쿄대 교수(52)가 있다. 사카무라 교수는 88년 마크와이저가 ‘유비쿼터스’란 단어를 내놓기전인 84년에 이미 ‘어디서나 컴퓨팅(computing everywhere)’ 개념을 제창해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선각자로 불린다. 또 리얼타임 운용체계(OS)인 트론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 전자신문·ETRI·동방SnC가 공동 주관하는 ‘유비쿼터스코리아포럼(Ubiquitous Korea Forum·가칭)’ 출범에 맞춰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특별 강연을 갖는다. 특별강연에 앞서 사카무라 교수와 e메일 인터뷰를 갖고 유비쿼터스에 관한 그의 지론을 들어보았다.
―지난 84년에 내놓은 ‘Computing Everywhere’라는 개념은 유비쿼터스 컴퓨팅 개념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Computing Everywhere’는 다른 말로 ‘HFDS(Highly Functionaly Distributed System)’다. 주변 모든 물체에 컴퓨터, 센서, 아키텍처를 내장시켜 네트워크로 연결해놓은 환경을 말한다. 환경이 된 칩이 서로 도와 사람들의 삶을 안 보이는 곳에서 풍요롭게 해 주는 것이 바로 ‘Computing Everywhere’다.
컴퓨터는 점점 저가격화, 초소형화, 저소비전력화될 것이며 모든 물체 안에 내장될 것이다. 또 무선을 포함한 여러 통신수단을 이용해 서로 연결된다. 칩의 크기는 모래입자만큼 작아지며 외부에서 전파를 통해 작동하기 때문에 전지도 필요없다. 옷의 단추, 신발, 안경, 시계 등에도 집어넣을 수 있다. 집에서는 마루에서 벽면까지 내장된다. 또 가전제품은 물론 일반용품에서 의류, 식품 포장에까지 컴퓨터가 내장될 것이다. ‘똑똑해진’ 이런 물체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주변 환경 자체가 인간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
마크와이저가 제창한 유비쿼터스 컴퓨팅과의 차이점을 설명한다면 다신교와 일신교라는 철학적인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크 와이저의 유비쿼터스는 일신교적 발상이며 내가 제창한 개념은 다신교다. 물체에 내장된 칩은 목적과 형식에 따라 각기 자율작동한다. 개개의 요소가 충돌할 수도 있다. 이것들이 ‘타협’이란 울타리 안에서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조화롭게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내가 말하는 유비쿼터스다.
―일본은 지금 유비쿼터스 붐이라고 알고 있다. 일본내 상황은 어떤가.
▲‘유비쿼터스’란 단어는 이미 대중화됐다. 신문 등 언론에서 유행어처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유비쿼터스’가 소개될 때는 ‘휴대폰이나 게임기, PC, 인터넷의 보급을 통해 어디를 가든지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는 사회’로 정의됐다. 때문에 ‘유비쿼터스’나 ‘퍼베이시브’ 등 애초의 컴퓨팅 모델과는 다른 의미로 이 단어를 쓰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올바른 의미로 유비쿼터스가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가 든다.
일본 언론에서는 오히려 ‘일본 경제의 실지 회복 특효약은 뭔가, 바로 유비쿼터스다’라는 식이다. 심지어 유비쿼터스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조직까지 유비쿼터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CEO가 ‘이제부터는 유비쿼터스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내가 개발한 리얼타임 OS 트론은 이미 일본에서는 사실상 표준이다. 예를들어 NTT도코모의 i모드 휴대폰, 도요타의 엔진 등은 트론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트론이 일본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트론을 채택한 업체들이 이를 전면에 내세워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트론은 앞으로 도래할 유비쿼터스 환경을 뒷받침하기에 아직 불충분하다. 따라서 트론을 기반으로 해 T엔진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T엔진 프로젝트는 일본 업체들뿐 아니라 한국, 미국, 유럽 등을 포함한 세계적인 협력을 얻어가며 진행시키려고 한다.
―유비쿼터스에 일본이 강하다는 말을 한다. 왜 일본이 강한가.
▲휴대폰 등 작은 기계에 기능을 넣거나 만드는 능력은 일본이 앞선다. 또 RFID 등 고기능의 초소형제품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는 능력에서 일본은 아직 세계 선두다. 여기다 가전, 자동차 등 컴퓨터칩을 많이 내장하는 제품군(群)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일본에 많다.
한국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가전 등 전자산업이 강하다. 여기에 일본보다 강한 측면도 있다. 강력한 추진력을 갖는 대통령제와 건강한 벤처 등 오히려 한국이 일본보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유리한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u코리아 기본 구상안’ 등을 통해 세계적인 지식허브국가를 건설하려는 한국의 자세는 매우 훌륭하다.
―유비쿼터스의 전개 양상을 예측해달라. 또 가장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유비쿼터스 애플리케이션은 어떤 것이 있겠는가.
▲두 가지 측면이다. 하나는 이미 전력을 공급받는 기기, 즉 가정에서 보면 가전제품을 눈여겨 볼 수 있다. 이런 기기에 컴퓨터가 내장돼 네트워크능력을 갖추고 연계작동을 시작하는 것은 이미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단지 통신표준의 결정과 같은 체제적인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은 가까운 시일내 T엔진 포럼과 같이 모두에게 열려있는 단체가 표준을 만들어 추진하면 이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물체에 컴퓨터를 집어넣는 측면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 RFID라는 전력을 갖고 있는 기기에서 전파를 받아 그 유도전류로 컴퓨터가 작동해 결과를 반사파로 돌려주는 기술이 있다. 바로 최초의 사례다. 하지만 칩의 가격이 걸림돌이다. 아무리 싸게 해도 현재의 바코드보다 비싸다. 단순한 물류관리 이상의 장점이 없다면 보급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최초의 보급은 고액상품이나 의약품과 같은 물체들에 컴퓨터가 내장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를테면 눈이 안좋은 노인이 약병에다 자신의 휴대폰을 대면 어떤 약이고 어떻게 복용해야 하는지를 음성으로 가르쳐줄 수 있다. 또 지금 복용중인 약과 동시에 먹으면 부작용이 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게 가능하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는 언제쯤 도래하는가. 또 유비쿼터스가 ‘10년후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라는 고민의 대답이 될 수 있는가.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는 이르면 내년쯤 도래할 것으로 본다. ‘어디에서든지 사용가능하다’라는 측면에서는 5년 정도, ‘모든 물체에 내장한다’라면 10년 정도 걸릴 것이다. 거기까지는 값싼 칩의 대량생산기술, 시큐리티기술, 저전력기술, 무선통신기술 등이 연구개발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수익을 말하기 전에 오히려 지구 전체라는 큰 시야에서 경제나 환경을 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에 컴퓨터를 내장해 연비를 3배로 늘릴 수 있다. 컴퓨터 자체가 에너지 자원을 낳을 수는 없지만 시스템을 효율화해 절약할 수 있다. 또 최근 대규모 공장의 수질오염 방지는 진전되고 있지만 가정처럼 작은 단위에서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어렵다. 역시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같은 모델을 통해 자동적으로 이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
팀장: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
<사카무라 겐 교수 특별 강연>
일본 트론(TRON)프로젝트의 리더이자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대가인 사카무라 겐 교수(도쿄대)를 직접 만날 수 있다.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되는 ‘u코리아포럼 출범식 및 기념세미나’에 참석키 위해 그가 한국에 온다.
일본의 유비쿼터스 전문가들은 ‘사카무라 교수가 유비쿼터스 컴퓨팅 개념을 처음 이론적으로 체계를 세웠다’고 치켜세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개발한 트론은 이미 이동전화단말기, 디지털카메라, 자동차의 엔진제어 등에 쓰이는 리얼타임운용체계(OS) 중 전세계 제1위 OS다. 최근에는 정보가전, 모바일정보단말기 등에 트론을 내장하려는 움직임이 일본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런 사카무라 교수가 전자신문·ETRI·동방SnC 등이 공동 주관하는 ‘u코리아포럼 기념세미나’에서 특별강연에 나선다.
u코리아포럼 기념세미나는 사카무라 겐 교수를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삼성·LG·KT·SK텔레콤·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의 유비쿼터스 전략 등이 소개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유비쿼터스 IT축제다. 따라서 이 행사는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u코리아포럼 준비위원회((042)860-6972, e메일 hokim@etri.re.kr)나 전자신문((02)2168-9334, e메일 wjhong@etnews.co.kr)에 문의하고 등록하면 된다. 등록비(VAT포함)는 각각 5만5000원(사전등록)과 8만8000원(현장등록)이다. 세미나 참가자에게는 유비쿼터스 전문서적과 세미나 발표자료가 무료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