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업계가 대중적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체 시장으로 눈을 놀리고 있으나 이 시장에서조차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해 시장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PC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등에 업고 출발한 태블릿PC는 최근까지 한국HP가 2000여대, 한국후지쯔 500여대, 오앤씨테크놀로지 600여대로 총 3100여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얼리어댑터와 마니아층이 주된 수요층인 점을 감안하면 태블릿PC는 수개월 내에 한계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태블릿PC업계는 대형병원이나 보험사·에너지 업체 등 기업고객을 타깃으로 잡고 영업활동에 들어갔으나 기업고객들도 태블릿PC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해 시장 조기정착에 난관을 겪고 있다.
대형병원의 경우 기존 의료정보화 시스템과 호환성 문제가 태블릿PC 보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촌 연세의료원은 신축중인 대형병동에 근무할 의사·간호사에게 태블릿PC를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무선랜 기반의 일반 노트북PC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병원에서 요구하는 의료정보화 솔루션 중 윈도98 기반 애플리케이션이 태블릿PC의 윈도XP OS환경에서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태블릿PC의 한글 필기체 인식능력이 떨어져 의사가 손으로 적는 진료기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삼성의료원은 태블릿PC를 벤치마킹한 결과 아직 제품도입이 시기상조라는 판단하에 스마트폰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수도권 8개 대형병원이 태블릿PC를 검토중이나 아직까지 적극적인 도입의사를 밝힌 곳은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도 태블릿PC 구매에 유보적 입장이다. 삼성화재·LG화재 등은 보험설계사들이 태블릿PC 화면 위에 밑줄을 그어가면서 고객을 설득할 경우 마케팅효과와 업무능률이 오른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도입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보험사의 내부애플리케이션이 상당수 윈도98 환경에 맞춰져 있어 태블릿PC와 호환성이 문제가 되자 다시 돌아앉은 상황이다.
에너지업계도 시설관리용으로 태블릿PC의 테스트에 들어갔으나 올해 안에 본격적인 제품발주는 힘들다는 평가다. 도시가스업체 삼천리와 인천가스공사는 지난달부터 총연장 5000㎞의 지하가스망을 점검하는 순찰차량에서 태블릿PC를 시험하기 시작했다.
삼천리의 이석민 차장은 “태블릿PC의 성능은 비교적 만족스럽지만 차량 안에서 내구성까지 검증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린다”면서 “올해 태블릿PC를 구매하더라도 극히 소량에 머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태블릿PC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는 마니아층의 수요로 버티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기업수요가 없으면 태블릿 PC시장이 성장하기 힘들다”며 기업고객의 보수적 태도를 바꿔놓을 응용SW 개발마저 계속 지연되면 연말까지 태블릿PC 판매는 7000여대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