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위상 급상승

기획·제작력 획기적 향상 힘입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이 그간의 세계 하청기지 수준에서 탈피, 국제적 위상을 한껏 높이고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기획·제작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면서 외국 기업의 공동제작 러브콜이 잇따르고 이들이 내건 계약조건 역시 기획(pre-production)단계부터 판권수익 공유에 이르기까지 한국측을 대등한 파트너 내지 우월한 동반자로 인정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캐나다·아일랜드·스페인·미국 등 외국 애니메이션 전문회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국내 업체들에 공동제작을 의뢰하고 있다. 특히 조건도 기획단계부터 제작·배급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판권을 통한 수익도 공유키로 하는 등 우리측에 유리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선우엔터테인먼트(대표 강한영)는 캐나다 디코드사와 투자유치부터 기획, 캐릭터 개발, 배급에 이르는 전 과정에 공동참여해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니비’를 제작한다. 배급은 미국시장의 경우 양사 공동으로, 캐나다와 유럽은 디코드가, 나머지 지역은 선우가 책임지도록 했다. 선우는 또 미국 야생동물보호협회(NWF)에서도 야생동물 소재의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을 제안해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동우애니메이션(대표 김영두)은 미국 포키즈사와 ‘닌자거북이’ 공동제작에 나서면서 총 제작비 650만달러 중 30%를 투자, 아시아지역 방송배급권과 비디오·캐릭터·게임 등의 사업권 일체를 넘겨받았다. 특히 기획단계에서도 캐릭터와 화면배경에 관한 디자인 및 연출은 동우가 전담키로 했다.

 오콘(대표 김일호)도 ‘이니스쿨섬’을 아일랜드 텔라그리프사 및 텔르겔사, 룩셈부르크 럭스애니메이션사와 공동제작할 예정이며 ‘태권패밀리’도 캐나다·스페인 회사와 공동으로 제작키로 했다. ‘이니스쿨섬’은 세계적 배급사인 영국 칼튼인터내셔널이 배급을 맡아 등 흥행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씨엔씨엔터테인먼트(대표 최윤식)는 자체 제작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싸커보이 토토’를 대만에 수출키로 하고 세부내용을 협상중이다. 특히 비디오·TV·캐릭터의 중국내 판매권을 넘기는 가격이 과거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오콘의 김호진 상무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기획력이나 제작력이 이전보다 뛰어난데다 정부 차원의 애니메이션 지원도 늘면서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우엔터테인먼트의 강문주 팀장도 “현물투자가 아니라 50대50으로 투자와 수익을 균등하게 분배한다는 것은 우리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보였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