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주무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소비자피해 보상보험, 제3자 매매보호장치(에스크로), 공제조합 가입 가운데 한가지를 전자상거래 업체에 의무화하는 방안을 최종안으로 확정했다. 반면 쇼핑몰업체는 공제조합은 물론 보상보험이나 에스크로 역시 비용부담만 가중시킨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쇼핑몰 등록제’를 대안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공정위 안희원 국장과 업계 주요 대표가 참석한 간담회에서도 의견을 좁히지 못해 앞으로 법률 개정을 놓고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공정위 개정안=공정위는 하프플라자 사태 등을 계기로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통과된 전자상거래 법률(안)을 대폭 개정키로 했다.
공정위는 모든 쇼핑몰이 앞으로 소비자피해 보상보험이나 에스크로 제도 가운데 하나를 의무 가입하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또 인터넷 쇼핑몰 공제조합을 설립하고 보험이나 에스크로 제도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는 조합에 가입토록 강제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후불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유보키로 했다.
김성만 전자거래 보호과 과장은 “쇼핑몰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보험, 에스크로, 조합 가운데 하나는 쇼핑몰 업체가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며 “산업계의 최종 의견을 모아 개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종걸 의원은 공정위의 이 같은 안을 내용으로 지난주 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논 상태다.
◇사이버 쇼핑몰 입장=쇼핑몰 업체는 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형몰과 중소 쇼핑몰의 구분없이 일괄 의무 가입은 힘들다는 의견이다. 쇼핑몰 사기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중소 쇼핑몰이며 대형몰은 오프라인 이상의 안전장치를 갖고 있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공제조합도 소비자피해 예방이 열악한 업체 중심으로 설립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안으로 쇼핑몰업체는 현행 통신판매업 ‘신고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안을 제시했다. 현행처럼 시·군·구청에 신고후 영업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규모의 자본금을 등록기준으로 하고 미달하는 업체는 보상보험 등을 의무가입하는 쪽이 더욱 현실에 맞다는 설명이다.
롯데닷컴 강현구 상무는 “쇼핑몰 브랜드와 규모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안전방안을 강제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업체의 비용부담을 가중시켜 전체 전자상거래 산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망=이번 법 개정과 관련해 지난 11일 공정위 안희원 국장을 비롯해 최영재 LG홈쇼핑 사장, 조영철 CJ홈쇼핑 사장, 롯데닷컴 강현구 상무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서로의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됐다.
여기에 서로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개정(안)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소비자단체의 눈치를 보는 공정위의 입장과 어려운 시장상황에서 더 이상의 비용부담을 감수할 수 없다는 전자상거래 업계의 강경한 목소리가 어느 선에서 조율될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표) 공정위와 산업계의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 쟁점 사안
공정위 주요 개정안 = 전자상거래 업체 입장
· 소비자피해 보상보험 신설 = 자본금 기준으로 의무가입 대체
· 매매보호장치 신설 = 대형 쇼핑몰 불필요
· 공제조합 설립 = 강제화 반대, 중소 쇼핑몰 위주로 가입 유도
· 3가지 중 하나 의무가입 = 전자상거래 ‘등록제’ 전환으로 안전장치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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