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도체 아웃소싱 공장인 파운드리업체들의 가동률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반도체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쳐지고 있다. 인텔·텍사스인스트루먼츠·모토로라·필립스 등 세계적인 종합반도체업체(IDM)들과 퀄컴·자일링스·알테라·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설계업체(FABless)들의 반도체 제조, 공급활동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세계 반도체시장과 이들 비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는 주요 정보기술(IT) 및 전자시장이 본격화될 시기가 머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 2001년 최저 30%대까지 떨어졌던 파운드리업체들이 가동률이 80∼90%대를 넘어 100%까지 육박한다 해도 ASIC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IBM과 SMIC·동부전자 등 파운드리시장에 진입한 신생업체들의 증가로 2000년대 같은 파운드리시장의 심각한 공급부족(shortage)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4월 가동률 급신장=대만 TSMC는 최근 가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3월 매출이 고성능 웨이퍼의 판매호조로 전년 동기보다 13%, 전월 대비 12% 증가한 3억9760만(US)달러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1분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보다 9.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TSMC는 지난해 12월을 바닥으로 지난 1월부터 가동률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고 모든 공정을 평균냈을 때 80% 정도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비메모리 분야의 주력 공정이 되고 있는 0.18㎛급에서는 이미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주요 고객 및 협력사에 전달된 최근의 경고성 메시지도 이에서 비롯됐다.
UMC 역시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47%, 3월 매출은 2억270만(US)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전월 대비 30%나 껑충 뛰었다. UMC측은 “대만 파운드리 업계가 이미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면서 “2분기에는 1분기보다 더욱 좋은 실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동부아남반도체의 가동률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요 고객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도시바의 물량이 1월부터 꾸준히 상승해 주력 0.18㎛과 0.25㎛ 공정은 80%대에 달했다. 현재 같은 추세라면 부천(아남) 공장과 상우(동부) 공장을 합친 총 3만5000장(8인치 웨이퍼 기준)의 생산능력도 3분기께는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도체·IT시장 회복시기는 언제=이처럼 바닥을 헤매던 파운드리업체들의 가동률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면서 하반기께는 반도체시장과 이를 활용한 IT·전자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동통신·PC·디지털가전 등에서 재고량은 이미 바닥이 난데다 평균 6∼7주의 웨이퍼 가공 기간을 고려해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이달부터 주문량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는 게 파운드리업체들의 얘기다.
최근 이라크전·상계관세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D램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메모리도 전반적으로 공급부족을 보이고 있는데 PC당 메모리량 증가와 인텔의 스프링데일 칩세트 등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하반기에는 DDR400 등 신제품에 대한 공급부족 현상도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파운드리 공급부족 사태 오나=파운드리시장의 양대 산맥인 TSMC와 UMC가 내놓고 있는 사전 경고성 메시지는 앞으로 아웃소싱을 늘리려면 종합반도체업체들과 생산라인이 없는 설계전문업체들에는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엔비디아·자일링스 등 대만업체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팹리스업체들이 IBM 등으로 협력처를 다각화하고 있고 LG전자·지씨티세미컨덕터 등이 국내 파운드리서비스업체들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세미코리서치는 “일부 공정에서는 수급조절이 나빠질 수는 있으나 TSMC와 UMC의 비즈니스 모델을 본딴 SMIC·GSMC·동부전자 등 신규 업체가 많아져 2000년과 같은 전체적인 공급부족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2005년에는 공급과잉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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