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회복 청신호

비메모리 파운드리 물량공급 부족 조짐

전세계 수탁생산(파운드리)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대만 TSMC와 UMC가 최근 주문량이 폭주해 납기가 지연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주요 고객사에 전달, 비메모리를 중심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 손종형 한국지사장도 “하반기 PC 업그레이드 수요와 동영상 휴대폰 보급확대 등에 대한 사전 주문량이 파운드리로 몰려들고 있다”면서 “3분기부터 메모리와 PC, 이동통신 분야에서 수요가 급성장해 올해 IT시장은 전체적으로 10%대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지난 주말 인텔·퀄컴·필립스 등 전세계 30여개의 공식 디자인하우스에 주력공정인 0.18미크론(㎛)급과 0.25㎛급 공정에 대해 납기지연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현재 TSMC의 전체 라인 가동률은 80%를 웃돌고 가장 수요가 많은 0.18㎛ 공정은 이미 가동률이 100%에 육박해 납기가 기존 2개월에서 2.5개월로 늘어났고 이후 더욱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TSMC를 주로 이용하는 국내 한 디자인하우스 관계자는 “대다수 반도체업체들의 재고가 바닥이 난 상황에다 하반기 수요 상승기를 겨냥해 미리 제품을 확보하려는 수탁주문이 밀려들기 때문”이라면서 “자칫 잘못하면 2000년과 같은 전세계적 공급부족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메시지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UMC 역시 LCD드라이버 IC(LDI) 등을 생산하는 고전압 특수공정을 중심으로 라인 가동률이 급상승중이다. UMC와 거래하는 또다른 디자인하우스 관계자는 “CMOS 표준공정의 가동률은 아직 70%대에 머물고 있지만 5V급 고전압 특수공정 등 디스플레이 응용제품의 수요확대로 관련 생산라인은 이미 생산능력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TSMC와 UMC에서 생산라인을 확보하지 못한 반도체 설계(fabless)업체들은 국내 파운드리업체로 넘어오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고전압 특수공정을 원하는 대만 업체들과 국내 팹리스업체들을 추가 고객으로 확보했고 동부아남반도체 역시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도시바의 주문량 확대에다 국내외 설계업체들이 속속 발주를 내고 있어 가동률이 80%대에 육박했다. 동부아남반도체 이정 부사장은 “연말까지 0.18㎛과 0.13㎛ 공정에 각각 월 3000장(8인치 웨이퍼 기준) 규모의 추가 생산능력을 갖춰 시장회복 시기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주요 전자제품 생산업체들은 반도체를 미리 주문해 납기시기에 여유를 주지 않으면 조달에 차질이 생길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TSMC를 통해 DTV용 시스템온칩(SoC) 등을 생산하고 LG전자 관계자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TSMC 이외에 다른 파운드리업체로 외주 생산처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