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업체들 다국적 기업에 `도전장`

 세계 유수의 다국적 전략·경영·IT 컨설팅 회사들에 맞서 국내 토종 회사들이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다국적 컨설팅 회사에서 선진 컨설팅 기법과 노하우를 배우고 익힌 국내 컨설턴트들이 하나 둘 독립, 창업해 정면승부를 펼치는 것. 토종 회사들은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특화된 사업영역을 선택해 틈새를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처럼 토종 회사들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다국적 회사들 일변도였던 국내 컨설팅 시장에서 지각변동 조짐 가능성도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

 ◇컨설팅시장에 명함 내민 국내업체들=현재 활동중인 외국계 컨설팅업체 출신의 토종 컨설팅 회사만도 네모파트너즈·오픈타이드코리아·클레이만·아미시스·ABL·엔플랫폼·마케팅랩·엠로 등 10여개사에 이른다. 대부분이 매킨지·보스턴컨설팅·에이티커니·모니터·베인앤드컴퍼니·액센추어·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컨설팅 등 내로라하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규모 면에서 다국적업체의 한국법인에 견줄 만한 덩치를 갖춘 토종 회사들도 나오고 있다. 또 전략부문부터 운영·IT까지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특히 외국계 회사에 견줘 국내 실정 맞춤형, 실행 위주, 고품질 저비용 컨설팅 서비스를 차별화된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약점으로 꼽히는 글로벌 네트워크 문제를 외국계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컨설팅 전문회사로 탈바꿈한 오픈타이드코리아(대표 이후연)는 출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목표치를 초과한 200억원을 거둔 데 이어, 올해는 30% 증가한 실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컨설턴트도 캡제미니언스트&영·액센추어 출신들을 중심으로 130명에 달한다. 이달 초에는 PwC컨설팅 출신 컨설턴트 6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모니터·베인·에이티커니 출신 컨설턴트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네모파트너즈(대표 최성호)는 창업 3년만에 약 150명의 컨설턴트를 둘 정도로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달에는 ABL의 진태준 사장과 핵심인력 5명을 추가 영입했다. 특히 국내업체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대기업·금융권 프로젝트에서 외국계회사와 겨뤄 잇따라 수주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최성호 사장은 “국내 실정과 고객요구를 잘 이해하는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수년 안에 한국시장에서 글로벌 회사를 따라잡겠다”고 밝혔다.

 IT솔루션즈 컨설팅·구축서비스를 제공해온 인밸류비즈와 네모파트너즈가 공동출자한 네모솔루션즈컨설팅(대표 김문호)도 지난 11일 창립식을 갖고 글로벌 ‘빅4’가 장악해온 IT컨설팅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문호 사장은 “작은 기업으로 시작하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IT솔루션 컨설팅을 선도할 수 있는 리더로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ADL 출신들이 주축이 돼 2년 전 설립한 전략·경영컨설팅업체 클레이만스트래티직스(대표 정형지)는 30명 가량의 컨설턴트를 두고 금융·통신방송·인터넷·소비재시장에서 다국적업체와 맞붙고 있다. 또 홍콩과 샌프란시스코에도 사무소를 설립, 자체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정형지 사장은 “국내 실정에 맞는 서비스로 매출의 90%가 기존 고객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별화전략으로 승부=다국적 회사들과는 차별화된 사업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국내 토종 ‘컨설팅 부티크’들이 활약을 펼치는 이유다.

 서울대 수학연구소를 모태로 설립된 아미시스(대표 이충식)는 국내 처음으로 수학 기반의 경영최적화 컨설팅을 내걸고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30여명의 인력 중 수학박사만도 10명에 달하는 아미시스는 담배인삼공사·한진 물류최적화, SK텔레콤의 CDMA망 최적 운영 컨설팅을 수행한 데 이어, 현재 고속철도 통합정보시스템의 수송계획·운행 최적화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초 출범한 6시그마 컨설팅 전문회사인 SBTI-네모(대표 류재욱)의 경우 최근 KT가 추진하는 6시그마 전사 경영혁신 프로젝트를 IBM비즈니스컨설팅서비스를 제치고 따내면서 이 분야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매킨지 출신들이 주축으로 설립한 엔플랫폼(대표 마상준)도 50명 규모의 직원을 두고 외국계 회사들이 도맡아온 성과관리 분야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이밖에 마케팅랩(대표 이승훈)의 경우 마케팅 전략과 온라인을 활용한 인터넷마케팅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으며, 에이티커니 출신의 고동휘 사장이 세운 엠로는 구매전략 컨설팅서비스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