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제도의 틀안에서도 고용을 현실화할 수도 있는 데 왜 굳이 독일 등 선진국에서도 실패한 제도를 도입하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경남 창원의 다이케스팅 업체 S금속 K사장의 하소연이다.
방글라데시·파키스탄·인도네시아 등 출신인 5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K사장은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탓에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10% 이상을 항상 유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고용허가제가 실시될 경우 퇴직금과 연월차 등으로 15∼30% 정도의 추가 비용부담이 예상되고 있다.
고용허가제 도입취지 중 하나가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침해를 막는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는데 대한 반감도 강하다.
인천시 서구 가좌동 A업체 한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이미 한국인의 90%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있고 대우도 잘 해주고 있다”며 “고용주를 마치 악덕기업주로 몰고 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월급을 체납하고 물리적인 폭행을 가하는 업체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데 과대포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불법 체류자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매우 긍정적이다. 대덕전자 필리핀 출신의 조나린 산티예고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 생산성과 충성도가 높아지고 기업 이탈사례도 크게 줄어들어 기업주와 외국인 노동자에게 모두 이익”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종소기업 경영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면 고용계약이 1년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금보다 인력수급이 더 어려워집니다. 적어도 산업연수생제도는 3년 동안 고용이 보장되지 않습니까.” 창원의 또다른 업체 P사장의 불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 고용제가 도입되면 외국인 노동자의 능력에 맞는 적정 임금을 지불하기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임금수준에 맞는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를 찾기도 힘듭니다. 우리기업에 맞는 소수의 외국인들 경우에는 업체들간 스카우트 경쟁이 벌어져 임금이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 반월공단의 전자부품 도금 업체인 S전기(외국인 현재 20여명 고용)는 정부의 산업 연수생제도와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함께 꼬집었다. “산업연수생 자격기업에 대한 정부심사 요건이 현실에 비해 너무 까다롭습니다. 산업연수생 혜택을 받지 못한 상당수 영세 업체들은 월급을 더 주겠다며 외국인 근로자를 빼가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결국 정부가 불법체류를 조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밝혔다.
그는 또한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회사에서 고용할 수 있는 인원을 지금처럼 쿼터제로 운영한다면 비용만 높아질 뿐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와 다를 게 뭐가 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산 반월공단 D전자 한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 산업연수생 중 절반인 20명이 법무부가 출국 유예 만료 시한을 연장한다는 발표가 있자마자 기숙사를 대거 이탈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3월 말로 출국 유예 기간이 만료돼 외국인력이 일시에 출국할 경우 중소업체의 인력난 심화 등이 우려돼 취한 정부의 한시적인 조치가 오히려 역작용을 낳은 것이다.
“솔직히 말해 외국인고용허가제 내용도 잘 모릅니다. 또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게 좋다, 저게 싫다’식의 목소리도 내기가 어렵습니다. 단지 인력수급을 비롯해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몹시 걱정스러울 뿐 입니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중앙도금조합 최종갑 상무의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에 대한 짧은 평이다.
인천상공회의소 민태운 팀장은 “인권을 보호하자는 고용허가제의 긍극적인 목표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인건비만을 부담시키는 조치가 될 수 있으니 이 점을 정부가 헤아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손재권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