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부활한 PC게임

 한때 게이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지만 이제는 한물 간 PC게임들이 온라인 게임으로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이 게임시장의 주류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초 ‘뮤’ ‘라그나로크’ ‘라그하임’ 등 3D 온라인게임들이 대박을 터뜨리며 포스트 리니지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면 올해의 화두는 온라인으로 ‘변신’한 PC게임들의 대 반격이다.

 그러나 이들 온라인 게임은 단순히 PC게임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니다. 과거의 틀을 과감히 깬 한 차원 높아진 내용과 다양한 흥미거리로 중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한달이 멀다하고 쏟아지는 수많은 온라인 게임들 가운데 흥행 기대주로 급부상하는 ‘PC 게임’ 출신의 온라인게임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3 흥행코드, PC게임의 화려한 부활=우리나라 게임 개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PC게임들이 온라인으로 부활, 다시금 게임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게임개발업체 드래곤플라이가 97년 출시한 PC게임 ‘카르마’가 ‘카르마온라인’으로 개발됐으며,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2000년도 게임 ‘씰’이 ‘씰 온라인’으로, 97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PC게임 시리즈 ‘코룸’도 이소프넷을 통해 온라인게임 ‘코룸’으로 개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게임은 하나같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거나 게임퍼블리셔들과 게이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카르마온라인의 경우 서비스 3개월 만에 최고 동시접속자 7만명을 넘어섰으며 현재 부분 유료화 방식을 도입, 정식 서비스에도 들어갔다.

 현재 클로즈베타서비스 중인 씰온라인도 매력 넘치는 캐릭터와 감칠맛 나는 게임 전개로 국내 내로라 하는 게임퍼블리셔들로부터 수억원에서 십수억원대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중.

 이소프넷이 사운을 걸고 총력을 다해 개발중인 ‘코룸’도 게임내용이 공개될 때마다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홈페이지만 오픈한 상태인데 벌써부터 팬사이트, 길드수가 100여개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이들 게임은 ‘PC게임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테마를 형성하며 2003년 온라인게임 흥행성적을 가늠하는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복고 뛰어넘는 180도 변신=‘카르마온라인’ ‘씰온라인’ ‘코룸’을 PC게임의 단순 온라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느 누구도 이들 트로이카의 행보를 단순한 ‘복고풍’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그때 그맛’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때와는 다른’ 놀라운 변신과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게임은 패키지 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진화와 변신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춰왔다.

 97년 롤플레잉게임(RPG) 장르로 나왔던 ‘카르마’는 1인칭 슈팅게임으로 재탄생했다. RPG가 대부분인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 비인기 장르인 1인칭 슈팅게임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모험이다. 개발자들은 본격 1인칭 슈팅 게임이 온라인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기존의 1인칭 슈팅게임과 달리 팀 대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특징. 전쟁사 고증을 통해 세계 2차대전의 시대상황을 실감나게 연출한 것도 장점이다.

 씰의 변신도 주목된다. 씰온라인은 PC게임의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웃기는 게임’으로 돌아왔다. 이름하여 ‘개그 액션 RPG’. 우스꽝스러운 몬스터의 모습도 웃기지만 몬스터가 중얼거리는 황당한 멘트는 배꼽을 쥐게 만든다. 몬스터들이 ‘고마해라, 마이뭇다’ ‘아야, 왜 때려 엄마한테 이를 거야’라고 말하면서 배꼽을 쥐게 된다. 체력이 떨어진 캐릭터가 길바닥에서 이불 덮고 골아떨어지는 주인공 모습도 깜직 그 자체다. 특히 게임 전체 그래픽에 카툰 렌더링 기법이 적용돼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 때문에 아동층은 물론 여성 유저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룸은 앞의 두 게임보다는 PC게임 패키지의 특성을 많이 가져왔다. PC게임에서 등장하는 월드맵이 나타나는가 하면, 패키지 시리즈의 주인공이 여전히 중심 역할을 맡아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한다. 97년 나온 코룸 1편부터 2000년 외전에 이르기까지 코룸 유저가 5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마니아층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끝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타격감과 더욱 화려해진 공성전은 온라인게임 ‘코룸’만의 자랑거리다. 코룸에는 몬스터를 잡는 황량한 필드 대신 무려 500개가 넘는 던전이 존재한다. 게임플레이어는 공성전에서 이기면 던전 자체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얼음벽 얼음파 등 강력한 마법을 쓰면 스크린을 뒤흔드는 듯한 현란한 그래픽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

◇온라인 전성시대를 말해주는 또 하나의 코드=유명 PC게임들이 온라인게임으로 속속 개발되면서 온라인게임 시장이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PC게임에 친숙해 있던 게이머들이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게임개발사 손노리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포가튼사가’가 ‘포가튼사가2온라인’으로 선보였으며 지난해 아동과 여성층에게 사랑을 받으며 PC게임시장을 지켰던 ‘코코룩’도 온라인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게임개발사인 손노리,소프트맥스도 지난해부터는 온라인게임개발사로 완전히 돌아섰다.

 제2의 전성시대를 꿈꾸며 온라인게임으로 부활하고 있는 PC게임들은 탄탄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맹위를 떨치며 확실한 기대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