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IT산업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현재 보다 악화시킬 가능성은 매우 작습니다.”
최근 만난 증권사의 한 임원은 북핵 위기와 IT산업의 관계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해석을 내렸다.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반도체, 휴대폰, LCD 등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아주 높거나 민수 및 군수용 각종 전자제품에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어서 제아무리 슈퍼파워를 자랑하는 미국도 함부로 국내 생산기반을 망가뜨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북핵 문제가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가더라도 한국에서 생산되는 각종 전자제품이나 핵심부품의 생산기반이 파괴된다면 제아무리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이라도 경기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령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치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라크 전쟁 당시 유가가 급등한 것처럼 반도체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 방위산업체 등 제조업체들은 이라크 전쟁 복구 계획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은 향후 5년간 이라크 재건 비용으로 최고 1050억달러를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위산업체 등 제조업체들은 벌써부터 이라크 재건에 따른 수요 증가로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군수업체들은 이번 이라크 전쟁과 재건 계획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게 분명하다.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미국 군수업체들도 국내 IT업체로 은연중에 많은 핵심부품을 수입할 것이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요즘 북핵 문제가 또다시 증시의 핫이슈로 부각된 만큼 이 문제와 IT산업의 관계에 대해 한번쯤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이라크 전쟁, 북핵 위기, 카드채 문제 등 3대 악재에 시달려온 국내 증시가 과연 북핵이라는 걸림돌을 치우고 본격적인 해빙 분위기에 접어들 수 있을지 벌써부터 조바심이 날 지경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