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세상 속으로]케이블TV방송협회 `케이블TV화보` 2월호

POD(Point Of Deployment)는 디지털케이블셋톱박스(STB)에 삽입되는 작은 카드다. 생긴 것과 크기는 노트북PC에 끼는 PCMCIA 카드와 똑같다. 최근에는 그런 카드에다 그것보다 작고 얇은 신용카드 같은 스마트카드를 탑재하는 모델도 출시되고 있다.

 POD의 기능은 STB의 가입자 인증 및 복제 방지다. 이것뿐만 아니라 OOB(Out Of Band)의 상향 채널이 반드시 POD를 거쳐야 하므로 POD가 없으면 일체의 상향 통신이 불가능하게 된다. 생소한 POD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오픈케이블 방식 도입배경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96년 소위 방송통신융합법(Telecommunication Act)을 발표해 통신사업자가 방송할 수 있고 방송사업자가 통신할 수도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는데 그 법에 이미 POD가 언급돼 있다. 즉 2005년 1월 1일부터 출시되는 미국 내 모든 디지털케이블 STB는 POD를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2000년 7월 1일까지 인증된 상용의 POD를 시장에 출시하도록 강제화했다.

 그 법을 준수하기 위해 오늘날 미국의 오픈케이블 표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기존 STB 장비업체의 막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ion)의 POD 강제법이 왜 꼭 필요했을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의 미국케이블 사업자는 대규모 장비업체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이들 대규모 장비업체가 STB를 생산하기 때문에 케이블 사업자는 별로 선택권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STB의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없었다. 그 외의 케이블이 디지털화가 되면 이러한 종속관계가 더욱 첨예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화가 가지는 여러 가지 사업적인 장점이 있지만 사업자의 관리적 측면에서 아날로그와 너무나 다르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실 가입자인증(CAS)과 복제방지(CP)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CAS는 독점적 기술이 아니었고 CP는 아예 필요조차 없었다.

 반면에 디지털 CAS 방법은 회사마다 고유의 방식을 사용하고 그것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특정 헤드엔드(H/E)장비를 SO가 구입했을 경우 그 H/E와 호환성이 있는 CAS 체계를 가지는 STB만을 SO가 구입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해당 SO는 꼼짝없이 단일 H/E회사의 STB에 100%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 H/E회사가 생산하는 STB만을 구입해야 하는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케이블 사업자들은 이미 96년 이전에 이런 극단적 디지털 종속관계를 예측해 POD라는 묘책을 찾아내 장비업체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한 것이다. 특정 H/E장비를 구입해도 해당 H/E의 CAS와 CP부문은 POD라는 최소한의 장비로 제한시켰고 STB는 누가 만들어도 상관없도록 표준을 제정한 것이 오픈케이블이다.

 2002년 12월 1일자 USA투데이 신문 1면을 보면 미국의 위성가입자 중 최대 30%에 해당하는 300만가입자 정도가 위성방송을 무료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많은 해적판 위성 STB가 가능한 것은 내장형 STB의 CAS를 해킹해 캐나다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이들을 판매하고 이를 미국 내 개인 사용자들이 구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 위성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도 내장형 CAS를 사용하고 있고 양방향 서비스가 어려워 국내에서도 해킹이 발생되기 시작한다면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현재 미국의 위성사업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내장형 CAS가 해킹됐을 때 그것으로부터 사업자를 보호할 방법이 없다. 300만의 해적시청자 때문에 나머지 1000만 유료 가입자 STB를 바꾸려고 한다면 그 비용은 STB 가격만 따져도 최소한 1조원 이상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POD가 있을 경우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큰 비용과 고통없이 POD만을 바꿔 버린다면 해킹으로부터 사업자를 근원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POD는 장비업체로부터 케이블 사업자의 종속을 해방시켜주고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시대에서 피할 수 없는 해커의 침입으로부터 사업자를 궁극적으로 보호해주는 최고의 수단이 될 것이다.

<박승권/한양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 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