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열린 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는 농수산홈쇼핑 텔레마케터 오영진씨(32·사진)의 감회는 남달랐다. 지체장애 5급인 오씨가 농수산홈쇼핑에 입사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회사에서 인정받는 텔레마케터지만 25살까지 그는 신체장애가 없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장애를 갖게 된 것은 6년 전. 모 건설회사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하고부터다. 이때 척추를 심하게 다쳐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3년여에 걸친 두번의 대수술과 재활치료를 마친 후 사회로 복귀하려 했지만 번번이 좌절해야 했다.
“뇌성마비협회에서 간사로 일하다가 우연히 농수산홈쇼핑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막상 와 보니 전부 여자더군요. 그래도 요즘은 남자 텔레마케터가 많아진 편입니다. 농수산홈쇼핑만 해도 20여명이나 있으니까요.”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유대감이나 소속감을 갖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여자들만이 있는 공간에서 남자가 그것도 장애인이 어울려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고민에 대해 의논할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농수산홈쇼핑에는 그를 포함해 4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오씨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생각보다 장애인에게 문을 열어 놓은 회사가 많지 않습니다. 제가 잘하지 못하면 기업은 앞으로 장애인 고용을 피하려고 하겠지요. 그래서 더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오영진씨는 “장애인의 날이 올해로 23번째지만 아직도 우리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