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덕 정보통신지적재산협회장(직대) sdjang@itipa.org
무선통신 단말기업체들이 퀄컴에 CDMA기술에 대한 고율의 로열티를 내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로열티 부담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M·L·E·N사 등 주요 해외 지재권 소유기업이 모두 한국 기업들에 손을 내밀고 있으며 CDMA 분야 기술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GSM 분야 기술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대기업은 전략상 일찌감치 상호라이선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상태지만 이제 막 GSM 분야 제조를 시작한 중소기업들에는 심각한 비용증가(Cost Push) 요인으로 대두됐으며 수출전략에 암초 작용을 할 전망이다.
정보통신지적재산협회(ITIPA)는 이동통신제조업체들을 대신해 해외 지재권자들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우리 IT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가장 쉽고도 요긴한 것은 대외 로열티 부담을 경감하는 일이라고 본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로열티 부담을 줄이려면 라이선스 계약협상을 잘 해야 되고 그것은 지극히 법률적이고 논리적인 게임이라는 것이다. 해외 지재권자는 자기네가 정한 원칙만 고수하려 하고 우리 기업은 장사가 잘 안된다거나 마진이 없으니 봐달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서로 족보가 다른 논리를 맞대고 부벼대는 꼴이다.
근본적인 것은 반대급부다. 모든 계약의 근저에는 가치의 교환이라는 것, 즉 서로 버리는(Foregoing) 것이 무엇이냐를 따져보는 것이 있다. 지적재산 라이선스 계약도 이와 마찬가지로 기술을 권리화한 자산을 주고 돈을 받는 행위다. 따라서 우리가 상대방의 기술을 쓰고 돈을 안 낼 수는 없다. 반대로 우리가 가진 기술을 상대방이 쓴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우리가 받을 수 있다.
이렇듯 지극히 평범한 논리 앞에서 우리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기술의 확보, 지적재산의 확보다. 기술과 지적재산의 확보 방법은 무엇인가. 스스로 연구개발 능력을 키우든지 아니면 남이 연구한 기술과 지적재산을 취득하든지 또는 여러 사람이 연구한 기술과 지적재산을 통합해 큰 덩어리로 만들어서 비싼 값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 80년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빈번한 덤핑제소 등 통상분쟁으로 인해 적잖은 곤욕을 치렀다. 20여년 후 지금에 와서 또다시 무역분쟁위에 지재권 분쟁까지 겹치게 될 공산이 크다.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는 반대급부의 계약원리를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