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판 유통업계의 무리한 ‘오버클록’ 마케팅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슈마일렉트론·유니텍전자 등 주기판 유통업체들이 지난달부터 800㎒급 시스템버스(FSB)를 지원하는 신제품을 출시했으나 이들 제품이 실제로 FSB 800㎒를 지원하는 CPU와 호환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주기판 유통업체들은 인텔이 최근 PC 플랫폼을 FSB 800㎒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맞춰 지난달부터 이를 지원하는 MSI·기가바이트·이폭스·ABIT 등 대만산 주기판을 수입, 공급해왔다. 이들 수입 주기판은 인텔이 공식적으로 FSB 800㎒를 지원하도록 설계한 ‘스프링데일’의 공식 출시에 앞서 기존 칩세트의 FSB를 오버클록해 미리 내놓은 일종의 변형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FSB 533㎒까지만 지원되는 845E·845PE 등의 칩세트 사양을 조정해 800㎒까지 지원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벤치마크업체에서 800㎒를 지원하는 CPU 샘플을 이용해 제품을 테스트한 결과 대부분의 제품이 시스템 구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치마크업체의 한 관계자는 “845E·845PE 칩세트 제품 중 FSB를 오버클록해 800㎒를 지원한다고 선전하고 있는 제품이 6, 7종에 달한다”며 “하지만 상당수 제품에서 실제로 800㎒ 버스를 지원하는 CPU를 사용하면 부팅조차 되지 않거나 시스템이 쉽게 다운되는 등 오류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정식 CPU로 테스트한 것이 아니어서 주기판 오류를 단정할 수 없으나 CPU 출시전에 충분한 검증없이 제품을 출시한 대만 주기판업체의 마케팅이 다소 무모했다”고 지적했다. 인텔의 권장과 달리 533㎒의 FSB를 두배 가까이 높인 무리한 오버클록을 단행해 제품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기판 호환성 여부가 논란이 되자 관련제품을 수입한 유통업체들도 적지않은 곤경에 처했다. 일부업체는 대만 제조사에 800㎒ 지원 여부에 대해 문의했으나 아직까지도 정확한 입장을 전달받지 못해 진퇴양난에 빠졌다.
관련제품을 국내에 출시한 MSI코리아측은 “‘845PE 맥스3’는 주기판 FSB를 800㎒까지 오버클록할 수 있으나 800㎒를 지원하는 신형 CPU와는 호환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MSI측은 또 “대만 본사도 테스트를 시작했으며 문제가 발견될 경우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통해 이를 수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