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DIS 자동차 상용화 `가속페달`

 ‘자동차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문이 열린다.’

 휴일을 맞아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K씨 가족.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에 타려는데 키가 없다. 차에 꽂아두고 그만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가족은 이제 어떻게 하냐며 울상인데 K씨는 아주 태연하다.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가 싶더니 차 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K씨가 문자 메시지를 보낸 곳은 정비 서비스업체나 텔레매틱스 서비스센터가 아닌 바로 자신의 자동차였다. 현재로선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내년 하반기쯤에는 현실 속의 이야기가 된다.

 바로 ‘운전자정보시스템(DIS:Driver Information System)’이 상용화되기 때문이다. DIS에 CDMA 통신모듈을 내장해 고유 휴대폰 번호를 부여하면 자신의 휴대폰으로 자동차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차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리창을 올리고 내릴 수 있으며 시동을 걸고 비상상황을 알려주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차량이라면 도난당했을 경우 차량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도 있다.

 DIS는 휴대폰을 통한 차량제어 외에도 자동차업체와 운전자 모두에게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 및 전자제어장치들을 연결시켜주는 200여 가닥의 와이어 하네스가 단 한 가닥의 광섬유와 와이어 10여 가닥으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200여 가닥의 배선이 10여 가닥으로 정리되면 자동차의 설계 및 생산 공정의 획기적 단축은 물론 품질과 연비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또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들이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플러그 앤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차 출고 후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려면 지금은 AV와 내비게이션의 통신 프로토콜을 맞춰야 하는 등 상당히 복잡한 장착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DIS가 적용되면 MOST(Media Oriented Systems Transport) 기술 표준 내비게이션을 커넥터에 연결시키기만 하면 된다. MP3가 재생되지 않는 오디오도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MP3 재생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 DIS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현대오토넷이 독보적이다. 현대오토넷은 지난해 한국전자전(10월)에서 시제품을 최초로 공개한 이후 서울모터쇼(11월), 컨버전스 쇼(Convergence Show·2002년 10월, 미국 디트로이트,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 전시회), CES(200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전시회)에 잇따라 출품해 세계 주요 자동차 및 전장품 업체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초 현대자동차에 DIS를 공급해 실차 테스트(에쿠스 차량)를 진행중이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라며 “유럽과 미국의 주요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별도의 설명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DIS란=DIS는 자동차 네트워크인 MOST, CAN(Control Area Network), LIN(Local Interconnect Network)에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오디오·AV·내비게이션·DVD·텔레매틱스 등) 및 전자제어장치(도어·윈도·시트·스티어링 휠·아웃사이드 미러·공조장치 등)들을 연결해 마치 하나의 시스템처럼 만들어주는 최첨단 기술이다. MOST는 24.5Mbps의 속도로 대용량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고, CAN과 LIN은 전자제어장치들을 제어하는 네트워크다. 이들 네트워크는 각각 다른 속도와 포맷을 지니고 있어 이들을 연결시켜 줄 게이트웨이 기능이 DIS에 내장돼 있는데, 이 게이트웨이를 통해 휴대폰으로 보낸 문자 메시지를 CAN이나 LIN으로 전송해 필요한 장치를 제어하는 것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