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 지상중계]`원칙` 세우고 장기 투자개념으로 접근을

 남북 IT교류협력 분야 전문가들의 모임인 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대행)이 주최한 ‘4월 월례 조찬토론회’가 24일 오전 7시 30부터 9시 30분까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백합홀에서 열렸다.

 전자신문사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기조발언을 하고,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이 ‘남북 통신협상 전망’을 주제로 발제를 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남북경협과 통신협상의 의미와 전망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간추렸다.

 ◇구해우(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통신산업은 남한에서도 정부의 대표적인 규제산업이고, 북한에서도 당이나 군부에서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특수성을 갖고 있다. 북측 관계당국은 최근 오는 5월 말까지 남측의 구체적인 입장표명이 없으면 남북통신협력에 관한 합의는 무효화될 것이라는 점을 알려왔다. 이 같은 북측의 입장을 정보통신부와 통일부에 전달했다. 북한이 IT를 지렛대 삼아 단번에 도약해 강국이 되겠다고 하는데 남북통신협상의 진전이 없다면 경협과 관련한 북측의 입장이 부정적으로 변하면서 경협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북사업은 수익성 위주로만 접근하면 힘들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 당국은 지원을 하고 민간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즉각 협상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

◇정동영(민주당 의원)=북한이 지난해 6월 통신협상에 기본합의한 이후 10월에 태국 록슬리와 GSM방식 이동전화서비스에 합의했다면 남북협상과 상관없이 오래 전부터 GSM방식을 추진해온 것이 아닌가.

◇구해우=북측은 여전히 GSM과 CDMA 두 개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만난 북측 인사로부터 CDMA방식 도입에 관심을 가져온 북측 관계자들이 계속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정동영=평양 GSM방식 이동전화서비스 현황과 단말기 보급대수는 어느 정도인가.

◇구해우=교환기 용량과 커버리지는 제한돼 있다. 평양 주요 지역에 중계기를 두고 있으며 커버리지도 한정돼 있다. 단말기 보급대수는 현재 수천대 수준이라고 들었다. 최근 중국에서 3만개 정도의 단말기를 구입해간 것으로 들었다.

◇최성모(문화콘텐츠진흥원 콘텐츠개발본부장)=남북통신협상 문제는 국내 IT업계와 남북경협 관계자들에게 긴급하고 중대한 문제다.

◇최기호(한국어정보학회장)=남북통신협상 시한이 5월 말이라고 했는데 협상 재개에 대한 여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국어정보학회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 정보기술·언어학자들과 학술회의를 가졌다.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기 어려울 때는 민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 인적교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주진(KT 통신망연구소 실장)=북한이 남한과 통신협상을 하면서 GSM방식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양동작전 측면으로도 보인다. 남북통신협력은 남한 정부·기업, 북한, 미국 등 3자와 연관돼 있다. 남측 사업자간 컨소시엄 구성 문제의 경우 동종경쟁업체간 컨소시엄이 쉽게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지분 참여만이 아니라 경영권에도 관심을 보일 것이다. 컨소시엄 구성에 1년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미국은 남측에 구체적인 제안을 요청했다지만 명확하게 자신들의 입장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북한도 우리에게 다음달까지 입장을 표명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남북 동일표준의 통신인 프라 구축은 시급한 과제다. 북한이 GSM방식을 채택하면 동북아 중심국가의 주요한 연결고리가 빠지는 것이다. 또 우리의 동북아 CDMA 벨트 구상도 어려워진다. 단기간에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본다.

◇최성모= 통신협력은 수익성 측면보다 장기적으로 통일시 IT를 활용한 민족동질성 확보라는 큰 비전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청사진을 갖고 IT가 북한판 ‘마샬 플랜’에 미칠 영향과 연관성을 분석해야 한다. 북한 내 통신 수요는 아시아 다른 지역보다 많지 않으므로 정부에서 민간의 대북투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매우 시급한 문제인데 인식과 대안 부족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박찬모(포항공대 총장대행)=지난 97년 나진·선봉에 다녀온 뒤 현지에서 GSM방식 이동통신서비스를 추진하던 태국 록슬리사의 움직임을 보고 걱정이 됐다. 통신은 굉장히 중요한 분야인데 이를 태국 록슬리 등 외국에 빼앗긴다는 것은 문제다. 통일 이후를 내다본다면 북한이 CDMA방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민간기업들도 당장 눈앞의 수익보다 장기적인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라고 건의하고 싶다. 북한도 5월로 시한을 정했다지만 우리 쪽에서 성의를 나타내면 유연성을 보일 것이다. 즉 남측에서 얼마나 성의를 보이는지가 핵심인 것 같다.

◇장환빈(현대아산 상무)=99년 초부터 현대아산에서 대북사업을 해왔다. 대북사업은 최소 3∼5년은 투자해야 겨우 수익이 나올 수 있는 길이 열린다. 2000년 6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육로를 열겠다고 했는데 2년여가 지나 이뤄졌다. 대북사업은 그만큼 어려움이 있다. 장기적으로 내다보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통신의 경우 북측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서승우(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남북통신협상의 경우 지난해 6월 당시부터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갖고 추진하는 게 필요했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조직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다음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다. 그렇지 않고는 주변 사태 발생시 IT교류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또 일어날 것이다.

◇류영달(한국전산원 단장)=수익성과 장기적인 전략은 관점의 차이다. 기본적으로 우리에게는 원칙적인 계획이 없다고 본다. IT·통신 관련 협력사업과 관련해 단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막연한 목표를 갖고 밀어붙이는 것보다 단계적인 전략을 갖고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다.

◇문광승(하나비즈 사장)=남북통신협력사업의 경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통신사업은 시급한 우리 내부의 문제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들이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북 통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중국 단둥에서 북한 연구원 33명이 남한과 공동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2.5기가비트급 네트워크 장비의 경우 최근 국내 통신회사의 현장시험을 통과했다. 북한 엔지니어들에 대한 IT 재교육사업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하지만 개별기업 차원에서 진행하기에는 비용부담이 크다. 1차 IT 재교육을 받은 북측 교육생 중에 한 명이 최근 김일성종합대학교 컴퓨터대학 부 학장이 됐는데 이런 IT교육을 통해 남북간 인적 네트워크가 마련될 것이다.

◇이판정(넷피아 사장)=남북이 경제공동체가 되기 위한 비전을 민간과 정부가 하나의 팀을 이뤄 만들 필요가 있다. 남북 경제공동체를 위해서는 경제적인 실질 요건과 경제외적인 요건으로 구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경제성을 고려한 접근이어야 하지만 현실적 접근 없는 경제성 고려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정부와 민간이 잘 조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남한 정부와 민간만이 아니라 각국 정부가 마샬 프로젝트 같은 국가보장 투자펀드 조성을 통한 단기적인 비경제성 접근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최성(남서울대 컴퓨터학과 교수)=북한도 아일랜드처럼 소프트웨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남북이 공동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인력양성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기에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박찬모=앞으로 남북이 평양이나 서울에서 IT포럼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