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과학기술과 대중문화

◆국립중앙과학관장 이헌규 hglee@nsm.go.kr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위해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정 과제 중에서 과학문화 확산시책이 최근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경제발전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그 핵심요소인 과학기술의 진흥을 도모해 왔는데, 앞으로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문화로서의 과학기술에 더욱 역점을 두는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과학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지식을 얻고 그 지식을 응용함으로써 기술혁신을 도모할 수 있었다. 기술을 경제활동과 연계시킴으로써 부의 창출과 생활의 편익을 도모하게 되었다. 많은 나라가 국정의 우선순위로 과학정책을 채택하고 있으며, 그 중 다수 국가는 선진국에 진입했다. 지금도 많은 나라들이 신기술을 통한 식량과 에너지 문제의 해결과 국력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비해 문화는 생활방식이나 행동양식 또는 가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접근이 훨씬 복잡하다. 과학기술이 사회·문화·제도 등 다양한 주변환경과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에 있다. 더욱이 급속한 기술변화가 대중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대중사회는 기본적으로 대량생산과 소비사회이며 매스미디어 기술에 의해 중대한 영향을 받는다. 대규모 정보나 지식의 사용이 보편화·동질화되고 민주주의가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주요한 정책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할 수도 있고, 국민의식도 정서화·비합리화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으로는 소외계층이 늘어나고 불건전한 대중탐닉 등의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어느 수준 이상 도달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나타난다. 즉 어렵고 힘든 직종보다 편하고 인기 있는 일부 고소득 직업에 우수한 인력이 편중되는 현상이 가속화된다.

 따라서 과학문화시책이란 이러한 대중문화에 과학적인 사고와 행동양식이 뿌리내리도록 과학을 깊이 심는 정책을 말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적 관심을 일으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21세기 고도위험사회에 대한 적응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국민생활의 과학화를 실현해야 한다. 즉 대중을 합리적·효율적·창의적으로 변화시켜 가야 한다.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는 청소년들의 문화에 과학을 심은 것이 더 효율적이다.

 과학에 대해 흥미와 친근감을 잃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탐구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호기심을 북돋아 주는 것은 청소년을 미래의 과학자로 성장하도록 토양을 마련하는 것과 같다. 선진국이 과학관과 박물관 등을 시군 단위로 확장하는 의미를 알아야 한다. 체력단련을 위해 체육시설을 갖추듯이 정신문화 발전을 위해 과학문화시설을 늘려야 한다.

 정책 수요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안목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주요한 사회문제나 이슈를 통해 경제나 과학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예컨대 일반인이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갖는 문제는 실업문제, 노인문제, 경기침체, 교통대책, 사교육비문제 등으로 나타났다. 이슈는 북한 핵문제, 유행성 질병, 주5일근무제, 인간복제, 정치개혁 등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나 이슈를 해결하는데 과학기술이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의 과학기술문화 수준을 높이고 과학정책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얻어낼 때 ‘제2의 과학기술입국’의 바른 길에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