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으로 완전전환을 앞두고 최근 방송계에는 제작·편집·송출 부문의 디지털화와 함께 디지털 콘텐츠와 기존 아날로그 방송 자료를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본·대만·중국 등 해외 방송계에서도 제작 시스템과 보존관리 체계를 완전 디지털화하려는 시도와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한 사례로 일본 NHK의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들 수 있다. NHK는 지난 2월 시부야 방송센터와 각 지역국에 보관중인 VTR영상·필름·음성테이프 등 아날로그 자료들을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시켜 가와구치시에 설립된 중앙 아카이브로 옮기는 작업을 마쳤다. 현재 이 중앙 아카이브와 시부야 방송센터 사이에는 초고속 광케이블이 연결돼 DB에 저장된 각종 콘텐츠들이 방송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SBS가 제일 먼저 아카이브 사업의 깃발을 꽂았다. SBS는 지난 3월 국내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뉴스제작 완전 디지털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작·송출 시스템의 완전 자동화와 함께 아카이브와 연계된 보관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BS와 MBC도 이와 유사한 구축 계획을 수립, 현재 시범운용 중이거나 사업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더 이상 자료가 필요할 때마다 어둡고 쾌쾌한 분위기의 방대한 방송국 자료 보관실에서 자료사냥에 나설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 배경에는 디지털 아카이브라는 새로운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란 종전까지 방송에 활용됐던 테이프 등 아날로그 자료를 디지털로 변환하고 이를 전자적인 방법을 통해 방송에 편리한 형태로 보관관리하는 기술을 뜻한다. 이는 단순한 자료 축적이란 개념이 강한 라이브러리와 DB의 개념에 국한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유형화된 구성 형태는 없지만 대표적인 구축 사례를 갖고 있는 NHK 디지털 아카이브의 경우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DB, 참조용 영상을 보존하는 영상서버, 원본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화하는 인코더, 외부에 대용량 영상을 전송하는 장비와 시청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개 라이브러리 등으로 구성된다. 물론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편집·송출 등 추가적인 기능이 유연하게 첨가되기도 한다.
디지털 아카이브의 장점은 방송 전 과정의 디지털화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시스템으로 대용량 멀티미디어 자료를 중앙 서버에 저장·관리하면서 빠르고 정확한 검색과 신속한 방송을 위한 전송·공유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수십년치 방송 분량인 수십∼수백 만개 규모의 아날로그 테이프들이 모두 서버에 저장돼 가뜩이나 방송 장비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방송사들에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디지털 아카이브의 국내 구축 현황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지상파 3사, YTN 등 방송사 외에도 국가기록 영상을 관리하고 있는 국립영상간행물 연구소, 한국방송진흥원 등 영상관련 기관과 교육 기관 등이 이미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을 추진중이거나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밖에 지역민방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자료량이 많은 영상·음향 정보를 보관해야 하는 모든 기업체와 기관들은 디지털 방송 실시와 함께 아카이브 도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관련된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SDS와 한국IBM 등 대기업과 코난테크놀로지 등 일부 벤처업체가 자체 원천기술을 확보해 놓고 있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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