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원격제어 에어컨 사업이 대형 업체들의 참여가 빠진 채 반쪽짜리 사업으로 진행중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원격제어 에어컨 사업은 여름철 에어컨 사용증가로 전력수요가 극대화되는 시점에 한전이 10∼15분 간격으로 무선으로 온오프 제어를 실시,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에어컨 제조업체들은 이 기능을 지원하는 수신기 부착 모델을 생산, 공급하며 소비자들은 제품 구입금액의 일부(소비전력 ㎾당 14만원)를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원받는다.
이 사업의 취지는 여름철 전력수요를 조절함으로써 국가 에너지 절약시책에 부응한다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실제로 올해 사업에는 범양냉방·센추리·캐리어·위니아만도 등 4개사만이 참여했으며, LG전자·삼성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에어컨 시장 강자들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에어컨 업체들이 한전의 원격제어 에어컨 사업에 소극적인 것은 제조업체에 돌아오는 이점이 적은 데다 소비자들도 큰 호응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업체는 디자인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선택의 폭이 한정된 모델에 만족할 리가 없고 제품구입 후 한전에서 실사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극심한 더위를 피하기 위한 것임에도 정작 필요한 때 잠시라도 전력공급을 중단한다는 점이 에어컨의 용도와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의 경우 실제로 에어컨 전원이 꺼지면 제조사에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는게 업체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이나 소비자들의 반응에 비해 한전측에 별도 모델을 제출하고 테스트를 거쳐 별도 생산을 해야 하는 등 제조업체도 번거로운 작업이 많아 제조업체로서는 현실적으로 이 사업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참여하는 중견규모 업체는 그나마 국가시책에 부응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급된 원격제어 에어컨은 5600대. 누적 보급대수는 1만200대로 전체 에어컨 시장의 1%에도 크게 못미치는 규모다. 지난해 피크 타임에 소비된 전력량은 4만5700㎽이며, 이중 원격제어 에어컨으로 절약한 양은 5㎽ 수준이다. 올해는 범양냉방 500대, 센추리 1500대, 캐리어 2500대, 위니아만도 1500대 등 5000대 규모로 진행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현재 원격제어 사업 인지도가 낮고 대형 메이커의 참여가 없다는 게 현실적인 문제지만 앞으로 이를 개선해 나가면서 사업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