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증시 `충격과 공포`

‘증시 급락,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

 북핵 우려와 사스 공포가 주식시장을 강타했다. 불확실한 경기전망, 악화되고 있는 기업실적 및 수급여건 등으로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북핵과 사스가 대형 악재로 떠올랐다.

 25일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전일 대비 21.72포인트(3.69%) 급락하며 566.63으로, 코스닥지수는 2.16포인트(5.02%) 떨어진 40.89로 마감, 간신히 40선을 지켜냈다. 시황 전문가들은 두가지 변수가 투자주체들이 통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충격의 강도를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증시 하락을 부채질할 것은 분명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사스, 한국 상륙시 경제 및 증시 충격 클 것=국내에서 아직 공식적인 사스 환자는 없지만 이미 주식시장은 사스에 감염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사스가 국내로 확산되지 않더라도 중화권 수출 감소, 체감경기 악화, 내수경기 위축 등 경제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수출 실적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비중이 40.5%(대중국 수출비중 17%)나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스 영향으로 아시아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1분기를 정점으로 수출 증가율 하락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국내 수출은 감소세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다만 사스가 국내에 확산되지 않고 단기간에 진정될 경우에는 경제 및 증시 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스는 현재 ‘발등의 불’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 건너의 불’도 아닌 상황이다.

 ◇북핵 문제 해결 기대감에 찬물=사스 공포로 흔들리고 있는 증시에 북핵 문제가 가세하며 시장 분위기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 반등을 이끌었던 북핵 문제 해결 기대감은 북·미·중 3자 회담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만 확인하고 조기 종결되자 하락요인으로 돌변했다.

 현재 주식시장의 관심은 1조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수 잔고가 풀릴지 여부에 집중돼 있다. 이달 초 4000억원 정도였던 프로그램 매수 잔고는 1조1000억원 수준까지 오르며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었으나 최근 사스 문제가 불거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까지 터지면서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필호 신흥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북핵 문제에 대해 투자자들이 감상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다”며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예상돼 왔으며 이것이 현실화되고 있어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증시에 악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매매 자제해야 할 시점=그동안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550∼630선에서 박스권 등락을 연출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주식시장을 상승시킬 만한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떠오른 사스와 북핵 등의 악재요인으로 박스권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스 확산으로 아시아가 제2의 IMF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충격파가 어느 정도까지 미칠지 예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도 조기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진 않았지만 3자회담이 성과없이 끝나면서 국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증시 주변 여건으로 수급상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프로그램 매도 물량 출회를 받아줄 만한 주체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증시하락 예상요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사스와 북핵 문제를 배제하더라도 증시 상승요인이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지지선인 550선이 깨질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은 매매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