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하이프라자는 지난 2월 대전 서구에 고품격 대형 매장 ‘둔산점’을 오픈했다. LG가 ‘가전 명품관 1호점’으로 내세운 둔산점은 300평 규모에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디지털 가전제품을 집중 진열하고 홈시어터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체험관도 만들었다. 둔산점은 프리미엄제품과 일반제품의 매출 비중이 7 대 3 정도로 한달 평균 15억∼20억원어치를 팔고 있다. 이는 다른 매장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실적이다.
가전 매장이 디지털 가전 수요와 맞물려 ‘디지털 명품관’으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그동안 직영점과 전자양판점은 주로 다양한 가전제품과 낮은 가격을 미끼로 고객을 유혹했다. 하지만 최근 문을 여는 가전 유통점의 경우 300평 이하의 중소형 매장을 찾아 볼 수 없고 가전 제품도 PDP·프로젝션TV·양문형냉장고·드럼세탁기 등 고급 가전 위주로 집중 전시된다.
◇현황=LG는 둔산점을 시작으로 가전 명품관을 올해안에 서울에 3개, 6대 광역시에 12개 매장을 새로 오픈하기로 했다. 고객 집객력과 매출 면에서 단연 효과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둔산점 신대성 지점장은 “일반 다른 매장의 구입액이 30만원에 불과한 데 비해 명품관은 평균 100만원이며 방문객도 3배 이상 차이난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도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에 800평 규모로 디지털 전문 컨셉트관인 ‘디지털 팰리스’를 시작으로 매장 대형화와 고급화에 앞장서고 있다. 디지털 팰리스는 첨단 생활가전·컴퓨터관·빌트인관으로 나뉘고 홈시어터체험관·오디오룸은 물론 유아놀이방까지 갖췄다. 전자랜드는 지난해 강남점을 시작으로 수원점·죽전점·청주점 등 전체 매장의 30% 이상을 이미 디지털 팰리스 형태로 새롭게 리노베이션했다.
하이마트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을 여는 점포는 모두 500평 이상으로 고급 디지털 가전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지난달 오픈한 전북 효자점(600평)을 비롯해 지난해 11월 전남 상무점(600평), 같은달 서울 오리점(500평) 등 눈에 띄게 매장 평수가 커졌다. 하이마트는 올해 매장 대형화와 고급화에 평균 평수를 250평에서 320평으로 28% 가량 넓힌다는 전략이다.
◇배경과 전망=이처럼 가전 유통점이 점차 명품관 형태로 바뀌는 것은 가전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LG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가전 소비지출 비율(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비지출)의 격차가 91∼97년 4.1배에서 99∼2001년 5.3배로 매년 확대되고 있다. 또 2000년 이후 프리미엄 제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반 대리점과 차별화되고 쾌적한 쇼핑을 위한 고품격 매장의 필요성이 한층 커졌다.
여기에 그동안 명품관의 명맥을 유지해 온 백화점 가전매장이 크게 축소된 점도 한몫했다. 실제로 백화점 가전매장은 97년말 111개에서 지난해 말에는 95개로 정체상태에 빠졌다.
방효상 LG하이프라자 사장은 “할인점과 온라인 등 신유통 채널이 급성장하면서 직영 전문점과 양판점은 백화점의 영역을 대신해 고급화로 가는 추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표/가전 유통점별 점포 현황(단위:개)
LG하이프라자 = 180
삼성리빙프라자 = 262
하이마트 = 226
전자랜드 = 47
사진설명: 가전 유통점들이 디지털 가전 수요를 잡기 위해 매장 고급화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디지털 명품관’으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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