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내실경영을 올해 화두로 내건 대형 SI업계가 올해들어서도 외형성장은 계속되는 반면 수익성은 떨어지거나 정체현상을 보이자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부 대형 SI업체들은 사업조직 재편과 인력 구조조정, 원가절감 등을 통한 체질개선에 나서거나 모색하고 있다. 또한 직접적인 감원에 대한 반발을 감안해 기존 사업조직의 분사도 구조조정 방안으로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악화되는 주변환경=무엇보다 올해 들어서도 덩치는 커지고 있지만 이익개선의 기미는 좀처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SI업체들은 국내외 경기불황과 맞물린 IT경기 침체지속에다 공공 프로젝트의 발주지연, 저가 수주경쟁 등으로 이익률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대형 SI업체들은 올해 1분기 매출이 늘었으나 경상이익은 오히려 줄거나 소폭 증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LG CNS·SK C&C의 경우 잠정집계 결과 1분기 매출이 증가세를 보인 동시에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7%, 44%, 250%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거꾸로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SDS의 경우 경상이익이 지난해 동기대비 절반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분야에서 수주실적이 늘었지만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 사업에서 입은 370억원 가량의 손실분을 올 1분기 실적부터 나눠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LG CNS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체육진흥투표권시스템 사업에서 회수하지 못한 사업비용 500억여원 중 지난해말 35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남긴 데 이어 이를 올해 1분기부터 나누어 실적에 반영키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SI업체의 임원은 “올해 경영목표는 매출증대보다는 수익확보에 우선을 두고 있다”며 “그동안 뒤돌아볼 틈도 없이 달려온 대형 업체들이 이제 숨고르기가 필요할 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체질개선 움직임=최근 가장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현대정보기술. 지난해 899억원의 경상손실이 발생한 현대정보기술은 지난해 말 사업부를 재편하면서 임원감축에 나선 데 이어 최근 3개 사업본부 체제를 2개로 통폐합하고 이달중 5명 안팎의 임원을 추가로 내보냈다. 또 완전연봉제를 시행해 사업계획 달성도에 따라 연봉의 지급폭을 결정키로 했다. 한 임원은 “일정 비율의 내부인력을 상시적으로 구조조정해 생동력 있고 경쟁력 있는 사업구조와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해 추가적인 인력구조조정을 시사했다.
나란히 SI업계 매출규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SDS와 LG CNS 주변에서도 사업구조조정 추측이 새어나오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양사 CEO가 모두 재무분야 전문가인데다 수익경영을 무척 강조하고 있어 이런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SDS의 경우 자체 부인에도 불구하고 연내 사업 구조조정설이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SDS는 최근 20개에 달하는 솔루션을 6개군으로 통합하면서 관련 사업부도 통폐합한 데 이어, IBS 및 영상사업 분야 설계·시공을 맡아보던 사업조직 30명을 분사(ST&I)형태로 내보냈다. 이와 동시에 각종 비용절감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SDS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사업성 평가를 통해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은 분사 또는 희망퇴직 방식으로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LG CNS는 내년에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에 대비해 수익을 최우선으로 상정해 놓을 수밖에 없어 어떤 형태로든 사업 재조정을 실시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심지어 LG CNS가 상시 구조조정체제를 통해 임원급을 10∼15% 줄여나갈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소문이 나돌자 정병철 사장은 최근 전직원에게 ‘흔들리지 마라.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다’는 요지의 전자우편을 보내 직원들을 다독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외형확대 경쟁에만 치달아왔던 SI업체들의 이같은 체질개선노력이 얼마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올릴지 주목된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