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입장표명이 뜻하는 것...

 소버린자산운용이 28일 “SK(주)가 그룹 계열사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한 입장표명이 최근 SK그룹이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를 발족하면서 SK글로벌에 대한 그룹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밝힌 데 대해 사실상의 ‘반대입장’으로 해석되면서 SK(주)측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소버린측은 특히 “SK글로벌에 이어 SK해운의 분식회계가 새로 밝혀지는 상황에서 SK(주)는 그룹 계열사들과 거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SK(주)의 주주들과 채권자들은 SK(주)의 경영진이 강력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의 수익성과 신용도를 회복시키는 데 전념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버린의 수석경영담당임원(COO)인 제임스 피터는 이날 “소버린은 기업지배구조 개혁플랜을 마련하기 위해 SK(주) 경영진과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우리는 SK(주) 경영진과 향후 수주일내에 건설적인 논의들을 더 진전시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측은 “소버린이 대주주로서 SK해운 분식회계, SK글로벌의 추가 부실 발생 우려 등 SK(주)의 위험요소에 대한 방어벽을 형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공식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소버린측의 이날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정만원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장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SK글로벌 정상화는 SK그룹과 채권단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며 “SK글로벌의 정상화가 채권단과 다른 계열사 주주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적극 설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상호간의 이같은 입장표명의 속뜻과 취지, 뉘앙스 등을 둘러싸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어 과연 소버린의 이날 입장이 SK그룹의 공식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인지는 명확지 않다. 이와 관련,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측은 이날 이노종 대변인을 통해 “근본적으로 SK그룹의 방침과 차이가 없다”며 이를 SK와 소버린의 대립구도로 보는 시각을 일축하고 나섰다.

 이 대변인은 “주주와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SK그룹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다만 주주와 SK(주)의 이익을 위해서도 SK글로벌이 청산되는 것보다는 정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SK그룹은 SK글로벌에 대해 ‘부당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협력’을 하겠다는 것이며 SK글로벌의 정상화가 SK(주)와 주주의 이익에도 합치된다는 점을 소버린측에 적극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SK(주) 관계자도 “SK(주)가 SK그룹 계열사들과 거리를 둬야 하며 독자적인 길을 걸어야 한다는 소버린의 입장발표는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지원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한다”면서 “이는 전적으로 SK(주)의 입장과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SK글로벌의 정상화를 지원하는 것이 SK(주) 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향후 SK가 소버린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소버린과 SK그룹간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SK그룹 관련주식은 소버린의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이 대주주인 SK(주)의 경우 소버린 입장 표명이후 7.03%가 올랐으나 SK텔레콤(0.32% 하락)과 SK글로벌(4.82% 하락) 등은 약세를 면치 못해 대조를 이뤘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