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덕분에 전자체온계 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베이징과 광둥성은 물론 동남아 지역 국가들이 출입국자들을 대상으로 고열을 확인하기 위한 체온검사를 실시하면서 귓속형 디지털체온계 수요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이 제품은 아날로그 방식의 체온계에 비해 측정시간이 1초로 매우 짧아 불특정다수의 환자를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는 데다 정확도가 매우 높아 사스예방 등 질병검사를 위한 상비용 의료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휴비딕·메타텍·자원메디칼 등 주요 귓속형 전자체온계업체는 이달 중순 이후 중국 등 외국 바이어들로부터 몰려드는 주문량을 대기 위해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해도 납기일정을 맞추지 못하면서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휴비딕(대표 신재현 http://www.hubdic.com)은 지난 한 달간 귓속형 전자체온계 1만5000대를 수출했다. 그런데 사스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지난 1주일 동안 전월과 비슷한 1만2000대를 이미 수출하는 등 수출 물량이 2배 이상 늘기 시작했다.

 이 회사 안인영 이사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부터의 주문량이 폭주한 탓에 아직 공급하지 못한 주문량만 해도 1만대를 넘어서고 있다”며 “생산을 위한 원자재 물량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귓속형 전자체온계 1회용 필터를 지난달 1만5000개 공급했으나 이달 10만개를 생산, 사스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메타텍(대표 이해욱 http://www.metatech.co.kr)은 해외 바이어로부터 다음달 귓속형 전자체온계 생산물량을 예약받았다.

 이 회사 채원규 차장은 “가격 네고(협상)는 물론 샘플를 제시할 필요도 없이 해외 바이어들이 물건만 빨리 달라고 성화”라고 말했다.

 자원메디칼(대표 박원희 http://www.jawon.co.kr)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수출물량이 적은 경우에는 아예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다. 생산능력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많은 물량의 수출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사스가 기승을 부린 덕에 귓속형 전자체온계업체들은 ‘갑을관계’의 역전현상을 만끽하고 있다. 수출가격을 제시하면 해외 바이어들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고 수출대금도 입금 확인 후에 공급할 정도로 국내 업체들은 사상 유례없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용 호흡보호구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쓰리엠 심현주 과장은 “결핵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예방 차원에서 사용되던 호흡보호구 수요가 사스로 인해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폭증, 국내에는 공급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