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유통을 구축하는 방법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전 직원이 업무 프로세서를 얼마나 지식기반화해서 움직이느냐가 첫 걸음이죠. 이를 위해 각종 인프라 시스템을 갖추고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CEO가 앞서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미래 시장을 보는 눈을 가지는 것이 관건입니다.”
국내 반도체 유통시장에 선진화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유니퀘스트 임창완 사장(41). 속칭 ‘나까마’로 불리던 반도체 유통시장의 낡고 불합리적인 관행을 타파하고 세계적인 유통회사들과 어깨를 겨눠 한국시장을 꿋꿋이 지키는 젊은 기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 4월 미국 본사와 홍콩 지사를 한국법인에 통합해 본사를 이전할 때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반도체 유통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남들은 본사를 미국에 세우지 못해 안달인데 되레 한국행을 택한 것부터가 관심거리였다.
이후 그와 유니퀘스트 임직원들이 펼쳐왔던 행보도 눈에 띈다. 3년여 동안 자체적으로 구축한 인트라넷 시스템 ‘포커스 21’을 도입해 각국 지사와 연결하는 실시간 결제·물류·재고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외국회사의 기업용 솔루션보다 자신들에 맞는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겠다는 게 임 사장의 생각. 덕분에 시간은 꽤 걸렸다.
최근에는 회사를 아예 유니퀘스트I&C, 테클립스, 인피니텍 등 3개 사업본부제로 바꿔 독립채산제로 전환했다. 결제 단계를 줄이고 무선, 디지털컨슈머, 통신 등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 상호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것. 사내 회사처럼 본부별 사장도 따로 뒀다.
하지만 임 사장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 가능성 높은 벤더(반도체업체)를 용케 찾아낸다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실리콘랩과 이카노스다. 이제 막 기업을 시작한 단계에서 미래 성장가치를 보고 직접 투자를 하거나 독점적인 유통권을 확보한다. 때문에 시장이 본격화되면 매출은 자연스레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리콘랩은 이미 98년부터 협력관계를 맺어왔고 이카노스가 국내 VDSL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유니퀘스트가 시장을 먼저 보고 한국에 소개했기 때문.
“단순히 물건을 전달하고 적은 마진만을 노려서는 유통업체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임 사장은 “반도체업체들과 비전을 함께 가지면서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향후 성장에 큰 뒷받침이 된다”고 귀띔한다.
임 사장이 이같은 경영전략을 갖게 된 배경에는 현지에서 대학을 나와 삼성반도체 미국법인에서 근무했던 이력이 크게 도움이 됐다.
“투명하고 제대로 된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라는 임 사장은 오늘도 새로운 반도체업체들을 발굴하러 해외 출장길에 오른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