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스타카드의 ‘모르쇠’

◆디지털경제부·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최근 미국에서 터진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건과 관련해 마스타카드코리아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사건이 국내에 알려진 직후 마스타카드측은 ‘정보유출이 있었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할 뿐 대책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하는데 일관하고 있다. 5000여명 이상의 국내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나몰라’라 할 수 없는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꺼리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로 보인다.

 물론 글로벌기업이란 점에서 본사의 정책을 고려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을 십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동일한 사건에 관련된 비자코리아의 태도와는 너무나 상반된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마스타카드코리아의 ‘모르쇠’와는 달리 비자코리아측은 ‘최근 미국에서 대형가맹점 정보유출사건이 있었으며 국내고객들의 정보도 유출됐음을 인정하고 국내 신용카드사에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공식적으로 29일 밝혔다. 더이상의 피해사례는 없을 것이며 사고발생시 피해보상을 담보하겠다는 얘기까지 덧붙여 국내고객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는 인상을 줬다.

 같은 사안을 두고 세계 양대 카드 브랜드의 언론 대응이 너무 다른 셈이다. 사실 마스타카드코리아의 모르쇠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월 비자/마스타카드 정보해킹 사고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비자코리아측은 사실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한 반면 마스타카드코리아측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치를 적절히 취하는 것이 중요하지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반문도 제기될 수는 있다. 의식적으로 공개하려는 것과 공개하려 하지 않는 태도의 차이는 크다. 적절한 행동은 바람직한 사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신용사회를 선도하는 신용카드회사가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면 전문기업으로서 존재가치는 그만큼 엷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