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 기자의 증시 레이더]사스 충격의 흡수

30일 국내 증시는 첫 사스 추정환자 발생 소식으로 개장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충격없이 지나갔다. 전날 미국 나스닥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다우존스지수 역시 소폭 상승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큰폭의 등락없이 약보합에 마감됐다. 일각에선 첫 사스 추정환자 발생 소식에 국내 증시가 좀 둔감하게 반응한 것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특히 항공주·백화점주·여행주 등 그동안 사스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업종들의 주가는 사스 추정환자 발생 소식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꿋꿋하게 버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주들은 중국을 제외한 해외 각국에서 사스가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유가도 빠른 속도로 이라크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에 힘입어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거나 보합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사스 직격탄으로 큰폭 하락했던 하나투어 역시 이날 4%대의 상승세를 보이는 등 오히려 최근 며칠간 급반등했다.

 사스가 확산될 경우 소비심리 악화 우려로 피해가 예상되는 백화점 업종도 전반적으로 보합 수준에 머물렀다. 전날 현대백화점·대구백화점·광주신세계·동양백화점·신세계 등 백화점 업체들이 4∼11%의 강한 상승세를 보인 데 이어 이날은 약보합에 머물러 비교적 사스 추정환자 발생 충격 소식을 잘 흡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비록 전세계적으로 사스 확산 추세가 진정단계에 있다고 하지만 국내에선 사스 의심환자가 증가 추세여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중국에 생산기지를 갖고 있거나 중국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는 IT분야 수출업체나 현지 생산업체들은 생산차질과 이에 따른 주가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이동통신단말기, 전자부품 업체들은 판매 단가 하락과 사스라는 이중고를 넘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스 충격을 흡수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