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판업체, 인텔과 체결한 NDA 어겨 물의

 대만 주기판 제조업체와 국내 유통업체들이 인텔과 체결한 비공개계약(NDA)을 파기하고 인텔이 조만간 발표할 칩세트를 탑재한 주기판을 발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인텔은 오는 21일 더블데이터레이트(DDR) 400㎒급 D램 모듈을 병렬로 구성하고 CPU와 데이터 병목 현상을 해결해 PC 성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스프링데일(i865PE)’ 칩세트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최근 출시된 고성능 PC용 ‘캔터우드(i875PE)’ 칩세트와 성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주기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에 한국과 대만 주기판업체들은 지난달부터 스프링데일에 대한 마케팅에 적극 나선 데 이어 급기야 NDA의 효력이 정지되기 한달이나 앞서 이 칩세트를 탑재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유니텍전자·슈마일렉트론·에스티컴퓨터·스팍일렉트론 등 국내 주기판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MSI를 비롯, 이폭스·알바트론 등 대만회사들이 제조한 주기판 판매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인텔 측이 지난달말 대만업체들에 대한 항의와 함께 한국의 유통업체들에도 이미 시장에 공급된 관련제품의 판매중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인텔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급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를 강행할 움직임이어서 NDA를 지키기 위해 판매를 자제해 온 일부업체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앞서 이들 대만 제조업체는 ‘스프링데일’이 공식 발표되기 전에 이를 탑재한 주기판을 출시하지 않기로 인텔사와 NDA를 맺었으나 이를 어기고 관련제품을 한국시장에 출시한 것이다. 이에따라 미국·유럽시장에 앞서 한국시장에 관련 주기판이 시판되자 인텔측도 대응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텔은 이와 관련, 관련 주기판 제품을 내놓은 대만업체들에 강력히 항의하고 판매중지를 요청했으며 인텔코리아도 한국의 벤치마크 기관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이트 등에 게재한 스프링데일 소개코너의 삭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인텔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주기판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해지다 보니 시장선점을 위해 NDA를 지키지 않고 제품을 미리 선보인 것으로 안다”며 “인텔 본사로부터 경고를 받은 대만 주기판업체가 한국 유통업체에도 판매자제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NDA(Non Disclosure Agreement)는 인텔이 새로운 칩세트를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이를 탑재한 주기판을 출시하지 않기로 하는 것을 골자로 주기판 제조업체들과 체결하는 계약을 말한다. 지금까지 주기판업체들은 인텔과의 관계를 고려해 NDA를 준수해왔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