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미래의 조직

 △미래의 조직, 피터 드러커 저, 한경BP 펴냄

 정보혁명이라 불릴 정도의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기업의 조직구조와 운영원리가 근본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의 지배적인 기업 조직구조가 대규모 관료제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피라미드형의 위계, 명확한 경계, 작업과정에서의 분업과 통합, 작업에 관한 규칙과 절차의 명시 등을 특징으로 하는 관료조직은 18세기 말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생산의 극대화와 안정성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수단으로 인식됐으며 그 이후 200년여 동안 산업사회의 지배적인 조직구성 원리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기업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직형태는 더 이상 정합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지식정보시대에는 속도의 경제, 글로벌화, 성과 지향성, 유연성 등 모든 경쟁우위 요소를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구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46명의 경영학자·실무자·컨설턴트들이 공동 집필한 ‘미래의 조직’은 미래 지식정보사회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조직의 모습, 조직과 종업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 경쟁력의 핵심 원천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통해 다각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조직구조·리더십에서부터 종업원의 능력 배양, 조직의 건강성, 가정과 조직생활과의 균형 문제, 조직의 윤리성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하지만 이 모두를 포괄하는 키워드는 단연 학습조직이다.

 저자에 따라 다소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학습조직은 종업원의 학습을 중요하게 여기며 학습을 도와줄 수 있도록 구조화된 조직, 조직관리와 리더십 등 모든 것이 학습을 통한 능력의 배양에 초점을 맞추는 조직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구성원에 대한 조직의 일차적 의무도 고용 안정성의 제공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고용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21세기 기업의 성공 조건이 이처럼 학습조직이 되면서 이에 부응하는 여러가지 조직모형의 추론이 가능한 바 이 책의 저자들은 향후 등장하게 될 조직모델로 크게 네 가지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헤셀바인은 ‘원형 조직’을 상정하고 있다. 과거의 계층적인 피라미드 구조는 21세기 경영환경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으며 보다 유동적이고 융통성 있는 조직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형조직이란 지위보다는 능력이 중시되며 모든 사람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그로부터 성취감을 얻는 조직을 말한다. 이에 대해 겔브레이스는 ‘변형가능 조직’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한 기업의 경쟁우위는 과거처럼 오래 지속될 수 없는 상황인데 이처럼 지속되지 않는 경쟁 우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형이 용이한 조직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애시케너스는 ‘경계없는 조직’의 등장을 예견하고 있다. 경계없는 조직이란 조직 내 계층간 경계, 기능간 경계, 공급업자와의 경계, 고객과의 경계, 지리적 경계가 모호해지는 한편 이것들이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존스는 미래 정보지식사회의 조직을 최고경영자 스스로 끊임없이 학습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학습 사명을 갖도록 유도하는 ‘학습중심 리더십 조직’이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모델의 제도화와 조직문화 형성, 성공적인 과업수행과 성과달성 등을 위해서는 단순한 조직구조면의 변화가 아니라 리더십과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책의 말미에 ‘미래조직 속의 인간관리’ ‘조직건강의 새로운 정의’ 등이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선진기업·지식기반·학습체계·보상체계·조직문화가 상이하고 개별 기업마다 처한 상황과 구체적 목표가 다르며 실천방법도 다양해 모두에게 적합한 일반적인 학습조직 모형을 제시하고 강제하기 어렵다. 한국형 학습조직의 개발 및 제도화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기업조직과 문화의 특수성과 아울러 업종별, 규모별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연구와 실천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미래의 조직’은 이를 위한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김종길 덕성여대 교수 way21@duk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