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에 봄바람 불까.’
반도체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다. 통상 2분기가 비수기인 데다 사스라는 돌발 악재로 허덕이는 상황이어서 경기지표 호전 소식이 반도체주에 ‘단비’를 내려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반도체무역통계기구인 WSTS의 발표에 의하면 3월 반도체 출하액은 143억9000만달러로 전월과 작년동기 대비 각각 28.4%, 7.8% 증가했다. 금액기준으로는 지난 2001년 3월 167억7000만달러 이후 최고치 기록이다. 작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증가율은 소폭 감소한 것이지만 지난 3월에는 이라크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인 VLSI도 3월 반도체 BB율은 0.95로 전월(0.96)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4월에는 1.18로 개선된 것으로 추정했다. 반도체 가동률은 지난 3월 81.5%로 전월(75.6%)보다 5.9%포인트나 증가했으며 반도체 평균 판매가격도 올해들어서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1분기 실적 발표도 반도체 경기회복 기대감에 일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침체기는 끝났다”며 “2분기에는 반도체 산업이 강한 반등을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다 TFT LCD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도 조만간 발주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반도체 장비·재료주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교보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전세계 반도체 경기의 회복조짐은 국내 반도체주 주가에도 긍정적”이라며 “삼성전자는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우려와 지정학적 위험, 외국인 매도 등으로 주가 탄력이 둔화됐지만 악재 반영이 마무리되고 하반기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서서히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며 재고가 소진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국내 반도체 주가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D램 현물가격이 4월말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 전망을 부채질하는 부분이다. 또 사스 확산으로 인한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의 소비 위축도 우려되고 있다.
SK증권 전우종 연구원은 “D램 가격 및 반도체 경기가 현재 바닥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수요회복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닥 국면은 길어질 수 있다”며 “3분기 후반부터는 계절적 성수기로 반도체 경기 및 주가가 회복될 수는 있지만 내년 이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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