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기를 출산한 최유진씨(가명). 그녀는 산전 휴가 후 다시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다. 아기를 시부모에게 맡겼지만 항상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게다가 병원에서 받은 아기수첩에 맞춰 꼬박꼬박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데 이를 다이어리에 일일이 적어 놓고 신경써야 하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데 최유진씨는 환자용 고객관계관리(CRM)를 도입한 병원 덕분에 그 시기에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통해 예방접종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전달받고 아기의 예방접종일을 기억할 수 있어 병원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다.
올초 병의원에 이 같은 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후 환자관계관리(PRM: Patient Relationship Management) 솔루션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PRM’이란 기존 CRM을 병의원 환경에 맞도록 개발한 솔루션으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한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나 접종시기·주의사항 등을 문자서비스로 제공하는 사후건강관리 중심의 시스템이다.
기존 금융·제조·유통 분야 등에서나 강조되던 CRM이 의료분야에서도 주목받는 것은 의약분업과 의료시장 개방 등 여러 환경 변화로 인해 생존경쟁이 촉발되면서 병의원들이 ‘환자에게 다가서는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
PRM을 도입하게 된 ‘고객제일주의병원(가칭)’의 한 사례.
이 병원은 서비스 개선 등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진료예약 부도 탓에 시간대별 진료업무 불균형 현상이 발생,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진료 예약환자의 방문을 기다리다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환자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병원은 고민 끝에 진료예약 내용을 환자의 휴대폰으로 전달하고 확인받는 서비스인 PRM를 도입키로 했다. 시스템을 구축한 후 예약부도율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예측 가능한 진료업무 덕분에 진료 대기시간를 줄임으로써 환자 불만을 줄였다. 환자 수용 능력도 커져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처럼 환자들의 재진·재검 일정과 관련해 예전에는 환자별로 알림서비스를 하고 싶어도 불가능했으나 PRM 도입 후 병의원들은 진료업무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또 환자에게 밀착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만족도와 재방문율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비트컴퓨터 송인옥 과장은 “현재 시장 초기단계고 서비스 내용도 휴대폰을 통한 예약통보 확인에 머물고 있지만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처방전달시스템(OCS)과 연계한 환자그룹별 관리·반응조사 등 본격적인 CRM 구축으로 전환하고 있어 시장잠재력이 무한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비트컴퓨터·유비케어·이헬스컨설팅 등 업체간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광주 첨단종합병원 등 10여개 병원에 PRM를 구축한 비트컴퓨터는 PRM시장 선점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또 의원급 PRM 솔루션인 ‘닥터 CRM’에 대한 시범서비스를 마친 가운데 의원급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비케어는 일반 의원급에서 치과시장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회사 김진태 사장은 “PRM 솔루션 ‘엔케어’를 도입한 곳은 현재 500여곳에 달하고 매월 30곳 가량 늘고 있다”며 “특히 솔루션 사용률이 높아지는 등 일상생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