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내년부터 오는 2005년까지 은행권의 현금·신용카드를 스마트카드(IC카드)로 전면 교체하고 2008년까지는 이를 일반 금융권역에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스마트카드 시대가 본격 개막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부의 정책방향만 마련됐을 뿐 비용조달이나 표준채택 등 금융권과 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힐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구체화된 것이 없어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 본지 5월 1일자 2·3면 참조
본지는 앞으로 4회에 걸쳐 스마트카드 도입을 위한 현안들을 냉정하게 점검해보고 그 대안과 개선점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비용부담은 누가=기존 카드를 스마트카드로 전환하는 데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교체비용에는 카드발급 비용 외에 CD/ATM나 신용카드 조회기 등에서 스마트카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업그레이드 비용도 포함된다. 은행권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스마트카드 발급 비용의 경우 카드에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소비자들이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4조5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CD/ATM 및 신용카드 조회기의 업그레이드 비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 비용은 신용카드사와 신용정보조회(VAN)회사가 자율 협의해 부담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스마트카드 도입에 따른 수익이 결과적으로 은행들의 몫이 되는 만큼 해당 은행들이 일정부분 책임을 지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자화폐 표준 논란=현금·직불카드에 탑재될 전자화폐에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번 발표에서 금융결제원이 개발한 ‘K캐시’ 외에 현재 상용화된 4개 전자화폐도 탑재가 가능하다며 그 결정은 은행권 자율에 맡긴다고 밝혀 전자화폐의 독점시비 가능성을 남겼다. ‘자율권’이라는 명분아래 K캐시를 사실상 표준으로 지목하고 금감원은 슬쩍 빠져버린 것이다.
따라서 전자화폐에 대한 각 은행들의 입장차이가 명확해 K캐시의 일방적인 독주에 대한 나머지 전자화폐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전자지불포럼 조영휴 국장은 “K캐시 도입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전자화폐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전자화폐의 결정은 은행 자율이 아닌 고객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금융권과 업계 이해관계 대립=기기나 솔루션의 호환성 및 사양 작업은 미흡하다. 우선 금융권과 스마트카드업계가 만나 신용카드·직불카드·전자화폐 등을 통합 처리할 수 있는 표준 단말기 사양을 합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패스워드 입력방식, 카드인식 방안, 부가기능 추가를 위한 세부안 마련 등 산적한 문제도 많다. 스마트카드연구소 김운 사장 등 스마트카드업계 전문가들은 “카드 교체가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연내에 각종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권과 업계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 차원의 세부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