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IP시장놓고 삼성-시스코 물밑 경쟁

 네트워크장비 부문의 최강자인 시스코시스템스와 휴대폰 부문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가 차세대폰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프로토콜(IP)폰 시장을 놓고 물밑경쟁에 들어갔다.

 모바일 IP폰은 핫스폿 지역내 유무선 인프라를 이용해 음성전화는 물론 멀티미디어 데이터 통신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단말기로 최근 시스코는 와이파이휴대폰을 개발, 다음달중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세계 2위 휴대폰업체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차세대 전략상품으로 모바일 IP폰사업을 육성키로 했다.

 특히 모바일 IP폰은 다가오는 유무선통합 서비스 시대에 적합한 단말기로 관심을 끌면서 휴대폰업체들과 네트워크업체도 이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어 업체간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유무선통합이라는 대명제하에 정보기술(IT)업계의 이합집산이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휴대폰업계와 네트워크업계가 유력한 차세대 단말기인 모바일 IP폰 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경우 세계 IT업계는 또한번 지각변동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삼성전자·시스코가 주도하고 있지만 결국은 노텔과 노키아까지 가세해 IT업계의 재편을 촉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위치·라우터 등 네트워크 시장의 60∼70%를 장악하고 있는 시스코는 최근 “다음달중으로 인터넷기술을 이동전화에 결합한 와이파이(WiFi) 휴대폰(모델명 7960 IP)을 내놓는다”고 밝혀 휴대폰업계를 긴장시켰다. 네트워크업계의 최강자 시스코시스템스가 와이파이 휴대폰을 내놓고 휴대폰업계와 경쟁한다면 IT업계에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스코에 이어 IP폰을 보유한 노텔 등 주요 네트워크장비업체들이 잇따라 와이파이를 앞세워 휴대폰 시장을 넘볼 경우 휴대폰 시장은 그야말로 세계 최강 업체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가 무선에서 모바일시장으로 진출한다면 삼성전자는 모바일에서 무선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도래할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휴대폰이 모든 PC·카메라·캠코더 등 모든 정보기기를 통합할 것으로 보고 이동전화의 휴대폰과 무선인터넷의 IP폰을 통합한 모바일 IP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올초 독일에서 열린 세빗2003 전시회에서 “앞으로 무선랜과 모바일이 통합될 것”이라며 “휴대폰을 앞세워 무선랜 시장을 빼앗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혀 모바일 IP폰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할 뜻을 확고히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차세대 인터넷기술 표준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글로벌 IPv6 최고회의2003’에 참석, “IPv4와 IPv6 공존 시기를 거쳐 모든 기기에 IP가 부여되는 IPv6 시대가 도래하면 ‘3Any(Anytime·Anywhere·Anymedia)’가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Pv6는 현재 사용중인 IPv4에 비해 정보수용 능력이 4배나 큰 차세대 TCP/IP 표준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무선랜의 통신표준인 와이파이를 휴대폰에서 구현하는 제품을 연내에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스마트폰과 PDA폰에서 외장형 무선랜 카드를 이용해 유무선통합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연내에 휴대폰 내장형으로 와이파이를 구현하는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핵심 경쟁력인 월드베스트·월드퍼스트·월드와이드를 기반으로 IPv6 시대에서 멀티미디어 모바일 IP폰으로 모바일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