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이어 신용카드 업계에서도 차세대시스템 구축 바람이 지속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 2001년부터 ‘밀레니엄비전 프로젝트(MVP)’라는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나서 올해 하반기에 완성할 예정이며, LG카드도 차세대시스템 2단계 작업으로 회원·가맹점 관리 등 운용계 시스템 개발에 한창이다. 비씨카드는 이르면 올해말부터 정보기술아키텍처(ITA) 개념을 도입해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후발업체도 뒤질세라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최근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처리계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시작했으며 롯데카드도 올해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자체 카드발급을 위한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개통할 예정이다. 이처럼 제조업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란 용어를 듣다보면 무엇인가 획기적인 것이 있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게 마련이다. 획기적인 IT개념의 적용이나 최신기술이 무한정 담겨져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카드사를 포함해 금융권에서 거론하는 ‘차세대시스템’이란 무엇일까.
핵심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혁신한다는 차원에서 따져보면 제조업에서의 전사적자원관리(ERP) 도입이나 새로운 정보시스템 환경에 맞춘 통합시스템 구축으로 이해하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에서 원료구매에 이어 제품 생산 및 판매까지의 모든 업무프로세스를 하나로 통합하듯이 금융권에서는 핵심 프로세스가 되는 트랜잭션(처리계) 시스템을 중심으로 여러 업무를 통합한다는 점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차세대시스템이란 명칭과 관련해 LG카드의 박치경 IT담당 상무(CIO)는 “외부에서는 LG카드가 구축중인 시스템을 차세대시스템이라고 부르지만 우리 스스로는 신시스템이라 부르고 있다”며 “금융권에서 통상 차세대시스템이란 용어를 쓰기 때문에 그렇게 놔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쯤되면 차세대시스템의 외양보다는 그 사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듯하다. 기존 시스템이 기업내부 구성원의 편이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차세대시스템은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다각적인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기 힘들 뿐 아니라 모바일 등 새롭게 나오는 다양한 채널과 연동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고객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에 ‘고객지향’이란 말이 따라 붙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