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계, 전기·전자 개발인력 확보 시급

 국내 완성차업계가 전기·전자 연구개발(R&D)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전자 관련 전담팀을 설치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해외 유학파들을 채용하는 등 ‘사람구하기’에 바쁘지만 좀처럼 우수인력들이 모여들지 않고 있다. 애써 확보한 인재들도 호시탐탐 메이저 전자업체로 옮기는 기회를 노린다. 사정이 이러니 기계·금속 관련 전공자들이 자동차 전기·전자기술을 새롭게 공부하고 이를 실전에 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시장 확대로 고민해온 국내 완성차업계가 세계 완성차업계의 생존전략이기도 한 첨단 자동차 개발인력 확보에 골치를 썩고 있는 것이다.

 ◇현실=“사람이 없습니다. 최대 이윤을 내고 있는 저희 회사는 요즘 한마디로 잘나갑니다만 전기·전자 전공자들의 가고 싶은 직장에서는 제외된 것 같습니다(현대차 관계자).”

 “가능하면 전공을 살려 전자회사에 가고 싶어요. 대우도 낫고 세상을 새롭게 움직이는 IT의 매력에 자동차는 비할 바 못됩니다.(K군,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석사과정)”

 국내업계가 첨단 기술개발에 있어 해외 유수의 완성차업체들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한 관계자는 “사실상 기계·금속공학 전공자들이 자체적으로 공부해서 전기·전자 관련 연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원인과 대책=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굴지의 전자회사 등이 보다 좋은 조건을 내놓고 있는데 구태여 자동차 회사로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전공자 사이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GM의 경우 전기전자관련 인력 연봉이 다른 전공자들보다 5000∼1만달러 더 높게 받고 있어 입사연도를 기준으로 획일적인 보수체계를 택하고 있는 국내업체들과는 구별된다. 특히 GM은 자체적으로 세계 4위의 자동차용 반도체회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와 전자가 다른 산업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하는 동반자임을 시사하고 있다.

 독일의 포르셰 역시 전기·전자 연구인력이 여타 공학계열 연구원보다 20%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전세계적으로 3000개가 넘는 특허와 매년 100개의 첨단 특허를 내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결국 산업의 구조적인 편중현상·일률적인 봉급체계가 원인이며 아직까지 ‘자동차는 기계산업’이라는 업계 인식 역시 연구인력 부족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양대 자동차공학과 선우명호 교수는 “포드자동차는 전체 R&D 인력 중 화학·화학공학 전공자 다음으로 전기·전자공학 전공자들이 많다. 전기·전자를 전공한 우수인력이 모이는데는 전자회사에 버금가는 보수체계와 전자·정보통신 등을 자동차와 연결지으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로서는 전기·전자 관련 인력들을 우대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왜 전기·전자 인력인가=자동차 산업에 전기·전자 전공자들이 필요한 이유는 명쾌하다. 나날이 첨단화·지능화돼가고 있는 자동차에서 전기·전자 응용기술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모듈·센서·칩 등 전자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는 이미 미래의 자동차 모델이 아니다.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에는 전기·전자 관련부품의 비중이 20%를 넘어서고 있다. BMW 740i의 경우 전자부품의 비중이 40% 이상이다.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에서 레저수단으로 발전하고 최근들어 문화·업무 공간으로까지 해석되면서 전자 응용기술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