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對美 물량도 축소

美, 무리한 조건 제시 `물의`

미국에서 열린 한미 양국간 한국산 D램 상계관세 부과 유예협정 1차협상에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대미 수출량 감소 등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미국측의 협상태도에 커다란 변화가 없는 한 오는 13일 파리에서 열릴 예정인 2차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정통한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1차협상에서 한국정부는 상계관세 부과 유예를 위해 하이닉스반도체의 대미 수출물량 감축을 제안했으나 미국측은 삼성전자의 대미 수출물량까지 감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국측은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수출량을 줄여주게 되면 미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측이 이에 응할 경우 하이닉스에 대한 상계관세율을 대폭 낮춰주거나 유예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또 IMF 당시 투입된 각종 구조조정기금의 부당성과 한국의 금융제도 전반에 대해 개선방안까지 함께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협상단은 미측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0.16%의 미소마진율로 사실상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삼성전자의 대미 D램 수출량 감축은 타당성이 없으며 이를 협상조건으로 받아들일수 없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의 물량축소를 요구한 것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이는 논리상 맞지도 않고 100%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라고 말해 미측의 요구가 사실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약 미국측이 억지 요구를 계속할 경우 협상타결 가능성은 50%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협상내용을 들은 바 없다”면서 “미국측이 협상용 카드로 흘렸을 수도 있으나 충분히 객관적 반박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다음주에 열릴 2차협상에 재경부 실무진들을 협상팀에 추가해 미국측이 주장한 금융부문 보조 문제와 금융개혁안 개선요구에 대해 상황의 긴박감과 국제적 관례 등을 들어 반론을 준비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예비판정 후 45일 이내에 유예여부를 결론내야 하는 절차상 1차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한 양국은 오는 13일과 14일 이틀간 2차 유예협상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해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한편, 양국 정부는 지난 1일과 2일 워싱턴에서 상계관세 부과 유예를 위한 1차협상을 벌였으나 우리측이 제안한 하이닉스 대미 물량 감소안에 대해 미국측이 자국산업 보호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맞서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