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 기업이 `트롬 세탁기`를 경품으로 내걸고 이벤트를 벌였다.`트롬`은 LG전자의 드럼세탁기 브랜드다. 소비자들은 트롬을 준다는 말에 너도나도 이벤트 참가에 나섰다. 그러나 그 회사가 내놓은 제품은 LG전자의 ‘트롬’이 아니라 타 회사의 드럼세탁기였다. 일반 드럼세탁기와 트롬을 구분하기 못할 정도라면 트롬의 브랜드 전략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브랜드(Brand)는 본래 유럽에서 소나 말 등의 가축에 누구의 소유인지 구별하기 위해 불에 달군 쇠로 낙인(Burned)을 찍던 데서 유래했다.
오늘날 브랜드는 기업의 특정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업체의 그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나 문자·디자인 등을 총칭한다. 타사 제품과의 구별뿐 아니라 여기에 가치가 더해질 때 브랜드는 그 기업의 자산으로 발전된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많이 들어본’ 브랜드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제조사의 시장점유율과 매출 역시 급상승하게 된다. 브랜드 개발과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브랜드 전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브랜드 개발 흐름은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 기업의 브랜드는 그 상품의 기능과 의미를 내포하는 미사여구의 이니셜 조합으로 이뤄지던 게 일반적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좀더 강렬하면서도 직관적인 브랜드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세대를 주타깃으로 하는 상품의 경우 이 같은 흐름이 더하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즉흥적인 신세대에 어필하기 위함이다.
96년 처음 등장한 삼성전자의 양문형 냉장고 ‘지펠(Zipel)’은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점을 한껏 강조해 좋은 이미지로 무장했다. 지펠의 뜻은 ‘Zero defect Intelligent Prestige Elegant Life style’. 완벽한 품질로 지성과 명예를 중시하는 고객에게 우아하고 품격있는 생활을 약속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의미다.
LG전자의 ‘휘센(WHISEN)’은 어감 자체에서 ‘센 바람’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 ‘회오리바람(Whirl wind)’과 ‘보내다(Send)’를 합성한 말이다. ‘세계를 휩쓴 휘센’이라는 광고 카피와도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반면 지난해부터 본격정인 마케팅을 시작한 트롬은 단순히 ‘드럼(Drum)’의 독일어다. 심오한 뜻을 포함하지 않고 드럼세탁기라는 확실한 이미지를 심어 성공한 케이스다.
단순한 의미의 브랜드는 신세대와 가장 밀접한 이동통신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KTF의 만 18세 이하 청소년 대상의 요금상품인 ‘비기(Bigi)’는 복잡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개발된 대표적인 브랜드다. 13세에서 18세까지 ‘1318’의 청소년 대상이라는 점에 착안해 문자를 그대로 브랜드화한 것이다.
‘Na’ 역시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원하는 신세대를 위한 브랜드. 신세대에게는 ‘우리’보다 ‘나’가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사회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통화량 역시 가장 많은 25∼35세를 대상으로 한 ‘메인’ 상품 역시 이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이 최근 막대한 광고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준(June)’ 역시 부르기 쉽고 친근하다는 점에서 채택된 케이스다. 지난해 11월부터 광고를 시작했으며 초창기에는 빅모델 대신 무명모델을 기용해 새로움을 강조한다는 전략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