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화의 급진전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CPU)에 이어 디지털신호처리기(DSP:Digital Signal Processor) 분야에도 속도경쟁이 시작됐다.
DSP는 0과 1의 데이터를 더하고 빼는 CPU와는 달리 곱셈 연산을 토대로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전용 프로세서로 1980년대 초에는 5㎒ 속도에 불과했으나 동영상 휴대폰, 통신장비, 디지털 오디오 및 영상기기의 보급으로 그 범위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20여년이 지난 현재는 기가급 제품으로까지 진화되고 있다.
1㎓급 DSP는 HDTV로 방송시청을 하면서 동시에 노트북PC, PDA 등의 무선 정보기기로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등 홈 미디어센터 등의 신개념 제품개발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DSP 시장의 선두주자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13일 1㎓ DSP 제품을 업계 처음으로 개발하고 속도경쟁의 테이프를 끊는다. 이날 TI는 인공 시각, 무선 홈 미디어 센터 등 고성능 DSP가 필요한 각종 응용분야를 설정해 1㎓ DSP의 빠른 속도와 성능을 시연할 예정이다.
이는 특히 지난 3월 TI가 720㎒ 업계 최고속 DSP로 기네스북에 오른지 한달여만의 기록경신이어서 기술력 한계를 극복하려는 업계의 노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TI는 1㎓ DSP 시제품을 TSMC의 최신 90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해 내년 상반기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TI의 경쟁사인 아날로그디바이스(ADI)는 600㎒급 속도에 1.2GMACS(초당 10억회의 곱셈 누적 연산)이 가능한 DSP ‘블랙핀(Blackfin)’을 내놓으면서 연내 1㎓를 발표하겠다고 도전장을 냈다.
인텔과 공동으로 전용 아키텍처인 MSA(Micro Signal Architecture)를 개발한 ADI는 2001년 300㎒급 첫 제품을 내놓은데 이어 500㎒, 600㎒로 빠르게 고속화해왔다.
그러나 ADI는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MPEG4와 H.264 같은 고성능 멀티미디어 영상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도록 RISC CPU와 통합했으며 전력소모를 1MMC당 0.15㎽대로 줄여 실제적인 성능을 높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사 관계자들은 “DSP의 응용분야가 넓어지는 한 고속경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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