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서버에서도 그랬듯이 64비트 운용체계(OS)의 간판은 역시 윈도 서버 2003이 될 것이다(MS 진영).” “32비트 시장과는 다를 것이다. 리눅스의 매운 맛은 이제부터다(리눅스 진영).”
64비트 컴퓨팅 시장을 두고 윈도 진영과 리눅스 진영이 다시 한번 격돌할 전망이다.
IA서버로 불리는 32비트 칩 시장에서 리눅스는 가능성만을 확인했을 뿐 실제로 참패했다. 국내 전체 IA서버 시장에서 리눅수의 점유율은 10%도 안되는 수준으로 MS의 윈도2000/NT가 시장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64비트 컴퓨팅 OS 분야에서는 먼저 발을 내딘 리눅스 진영이 “리눅스의 진가는 이제부터 발휘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 MS의 ‘윈도 서버 2003’이 보안상의 이유 등으로 출시 시기가 1년 이상 지연되는 동안 리눅스 진영에서는 64비트 체계를 지원하는 OS를 먼저 출시했고, 지난해 7월 한국HP를 필두로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한 인텔의 아이테니엄 서버에 탑재되는 OS 역시 리눅스가 먼저 적용됐다.
올해만에도 연구개발용이 아닌 현업에 적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이테니엄 서버를 구매한 삼성종합기술원·데이콤·하나로통신·항공대·한국정보통신대학교 등 모두 레드햇의 64비트용 리눅스 ‘레드햇 7.2버전’을 OS로 채택했다.
MS의 윈도 서버 2003이 출시되기 전까지 리눅스와 한국HP의 64비트 버전 HP-UX 등 2종의 OS가 있었음에도 유독 리눅스가 강세를 보이는 데는 64비트용 리눅스가 성능에 있어 HP-UX에 비해 뒤지지 않는 데다가 아이테니엄 초기 타깃 시장으로 분류되는 기계·설계 등의 고성능컴퓨팅(HPC) 분야에서는 리눅스 사용자층이 두껍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인텔코리아의 채널로 아이테니엄 공급을 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경우 유닉스를 제공할 수 없어 리눅스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도 리눅스 확산에 일조를 했다.
문제는 윈도 서버 2003의 출시가 미칠 영향이다. 리눅스 진영에서는 윈도서버 2003이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검증을 위한 기간을 고려하면 MS의 윈도서버 2003 출시는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호기로 작용할 것이란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윈도 서버 2003이 파고 들기 힘든 고성능컴퓨팅 분야야말로 아이테니엄이나 옵테론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오히려 리눅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호재라는 주장이다. 실제 리눅스에 대한 낙관론은 윈도 서버 2003 출시에도 불구하고 주요 IT기업들이 리눅스 전략을 덩달아 강화하고 있는 데서도 기대감을 더 한다. HP는 다국적 IT기업 중에서는 가장 먼저 레드햇과 리눅스 커널의 유지보수를 직접 담당키로 하는 기술적 협력을 체결했으며, 후지쯔도 레드햇과 인텔 제온 프로세서 및 아이테니엄 프로세서를 이용한 후지쯔의 IA서버 프라이머지에 미션 크리티컬한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서버나 솔루션 사업자들과 밀접한 공조를 통해 기존 32비트 컴퓨팅 환경에서 형성돼 있는 리눅스에 대한 불안정성과 낮은 신뢰도를 극복하기 위한 의미이며, 설계나 클러스터 분야 등 ‘특화 시장’에서 리눅스의 입지는 MS와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시장성이 분명 존재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한국후지쯔는 지사 차원에서 ‘RHCE(Redhat Certified Engineer)’로 구성된 전담지원 인력을 배치해 고객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레드햇 코리아와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며 또 국내 업체로는 포스데이타가 독일의 수세리눅스와 협력을 체결, 리눅스 클러스터 사업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HP는 국내 리눅스 업체와 전략제휴를 체결,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윈도 2003의 우세론도 객관적 상황으로 입증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리눅스가 상용 서버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MS가 상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적극 파고 들 것이며 이같은 전략은 이제 막 상용 시장으로 세력을 확대하려는 리눅스 진영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윈도 서버 2003과 리눅스 진영의 싸움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만큼의 후원군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결정날 것이며 특히 멀티 OS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HP의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HP가 아이테니엄 전략을 적극 드라이브하고 있어 아이테니엄 기반의 슈퍼컴이 출시되고 본격적인 상용시장을 공략할 시점에서는 리눅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MS도 수십여개의 국내 솔루션 파트너사를 확보하고, 서버업체와 강력한 공조를 통해 원군을 확보하는 등 32비트 시장을 공략하던 것과는 다른 행보를 펼치고 있어 향후 판세에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시장을 노리는 64비트 컴퓨팅에서 MS나 리눅스 진영 모두 서버 및 솔루션 업체와 공조를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안정적으로 가동되는 솔루션의 개발과 제대로 된 사후 서비스를 지원하는 진영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