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유감
이력서의 경력사항은 일반적으로 두 세 장으로 쓰여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분량이 되기도 하지만 인적사항이나 학력사항 등을 제외한 경력내용만 보면 주로 세 장을 넘지않는다.
과거의 이력서는 정형화된 양식을 문구점 등에서 구입해 자필로 작성하였으나 자신의 세세한 경력을 나타내기엔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 따라서 자기소개서와 같은 별도의 첨부물이 필요했고 그 내용은 대개 “엄한 아버지와 인자하신 어머님의 몇째 자식으로 태어나∼”라고 시작했다.
최근에 많이 쓰이는 이력서 스타일을 보면 특히 경력내용에 관한한 제한 없이 기술할 수가 있어 양식에 의한 제한은 없다. 인맥이나 학력 중시형 사회에서 능력 중시형 경쟁사회로 가는 시대적 변화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한결같이 비슷하게 시작하는 별도의 자기소개서를 요구하지 않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구직자가 제출한 이력서는 모든 내용이 채용결정을 위한 평가대상이 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경력내용에 있다. 경력사항에 대하여는 외국기업이나 선진화된 대기업일수록 그 비중을 높게 두고 평가하는 것 같다. 특히 외국기업인 경우에는 지원자 경력내용의 평가 결과가 거의 절대적일 때가 많다.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지원자의 과거경력이 채용여부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현재 직장인의 20% 이상이 이직을 위해 직장에 다닌다는 최근 여론조사 보도는 인사담당자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수치는 현재의 업무경력이 장래에도 미칠 영향에 대한 걱정과 대비를 하는데 평균적인 직장인의 상당한 인식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중요한 경력내용을 일순간 잘못 판단하여 소홀히 작성한다면 결정적인 과오가 될 수 있다. 구인회사가 지원자의 경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경력사항은 더욱더 신중히 쓰여져야 할 것이다. 특히 구직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중요한 일부 경력을 통째로 생략하거나 특정경력을 근거 없이 과장하는 것, 경력기간을 의도적으로 변경하는 것, 전직 회사의 신분과 관련된 사항(직위, 직급, 고용형태, 책임범위, 퇴직사유 등)을 변경하는 것 등의 유혹에 빠지지 않아야 겠다. 인력채용과 관련한 종사자들의 실수에 의지하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이유로 채용이 확정된 이후에도 취소(해고)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길 없다. 근로관계법이나 회사내의 인사관련 규정상 이러한 사유로 채용을 취소하는 것은 당연히 합법적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겠다.
안병공 <서울써어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