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2001년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스마트카드가 온갖 시련 끝에 민간기업에 의해 서울대병원·연대 원주기독병원 등 유수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단체 및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데다 도입 희망 병원의 정보시스템 불안정, 병원간 주도권 경쟁 등 돌출변수마저 겹쳐 차일피일하던 스마트카드 발급이 2년여 만에 추진되고 있는 것.
물론 의료분야에서 이번 스마트카드 사용범위는 다소 줄어들었다. 당초 정부는 종이 재질의 건강보험증을 IC칩을 내장한 건강보험카드로 대체하는 것을 추진하다가 근거법 마련의 실패로 사실상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카드 본래의 장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병의원에 건강보험증과 스마트카드를 동시에 들고 다녀야하는 불편함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 의료용 스마트카드 도입 결실로 소비자들은 의료용 스마트카드 사용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진찰권 분실에 따른 재발급 대기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병원 구내식당 및 매점·주차장 등 생활 편의시설에서 현금 없이도 전자화폐 기능으로 그 비용을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또 신용카드 기능까지 겸비, 진료비를 결제할 수 있는 데다 외래 처방전을 스마트카드에 저장해 약국에서 곧바로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혈액정보·면역정보·예방접종일 등 개인정보를 저장할 수도 있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촌음을 다투는 상황에서 응급실 의료진은 기본 검사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카드로 개인정보를 숙지, 신속하게 응급처지에 들어갈 수 있다.
병원도 이점이 있다. 진찰권 분실에 따른 재발급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대기시간 단축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치열해지고 있는 의료시장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본원과 분원간 전산시스템이 상호연동되면 환자의 진료정보 호환이 실시간으로 가능해 의료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스마트카드 솔루션업체 버추얼엠디(대표 김석화)는 서울대병원에서 13일 서울대병원 박용현 원장과 조흥은행 홍석주 원장이 스마트카드(상품 헬스원) 전달식을 갖고 이달 중순부터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발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32 IC칩을 내장한 이 카드는 비자(비자오픈플랫폼)와 마스타(멀토스) 등 전자화폐기술을 동시에 채택했으며 이달 개원하는 분당 서울대병원도 이런 스마트카드를 본격적으로 발급하고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도 도입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버추얼엠디 김용란 대리는 “지난달 28일 시범적으로 헬스원카드를 발급했는데 하루 평균 10명꼴로 환자들이 카드 발급 신청을 하고 있다”며 “카드 발급이 본격화되면 고객수가 저변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케어플러스시스템(대표 이승국)도 LG카드·비씨카드·에이캐시·LG CNS 등과 연대 원주기독병원에서 스마트카드(8 )를 발급하고 있다. 특히 LG CNC는 웹버전의 병원정보시스템 가동을 이달 1일께 국내에서 처음 성공함에 따라 의료진의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것은 물론 중소병원과의 원격협진체계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케어플러스시스템 이승국 사장은 “웹 기반의 시스템 구축이 지연돼 그간 시범적으로 스마트카드를 운영해왔다”며 “이번 성공으로 원주 인근에 소재한 중소병원를 대상으로 스마트카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