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4년 4개월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정부가 국과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과학기술기본법’의 하위법인 시행령 개정을 적극 추진, 향후 국과위 운용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표면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소폭이지만 그동안 과학기술계는 물론 인수위에서 제기한 국가 과학기술정책 의결기구인 국과위의 위상제고와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정안의 핵심은=현재까지 드러난 ‘시행령 개정안’의 기본 골격은 향후 국과위 운영의 사실상 핵심조직이 될 ‘기획조정전문위원회’ 신설과 민간 수석간사제 도입, 그리고 참여정부 출범후 새로 도입된 청와대 정보과학보자관의 국과위 위원 추가 등 대략 3가지로 압축된다.
그러나 사실 이들 모두는 기본적으로는 국과위 운영을 과기부 중심 구도에서 조금은(?) 탈피하겠다는 의도로 함축된다. 국과위는 현재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기구이지만 과기부 장관이 간사위원을, 과학기술정책실장이 간사를 맡는 등 과기부 주도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기부 위주의 이같은 운용체계에 대해 그동안 일부 부처에서는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따라서 범부처적 정책 조율기구로서 국과위의 조직과 성격을 재정립하겠다는 게 이번 개정의 근본 목표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상목 과기부 종합조정과장은 “민간인인 수석간사가 ‘기획조정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도록한 것은 한마디로 국과위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조정기능 왜 강화하나=국과위는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주요 정책수립과 정부출연연 발전방안 도출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지만 99년 출범 당시부터 부각된 가장 큰 존재의 이유는 여러 부처별로 나뉜 R&D정책의 사전조정 기능이다.
이런 점에서 국과위의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근본 이유는 현 체제 아래선 효율적인 조정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불거져나온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사업을 비롯해 주요 R&D 관련부처간의 업무조율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특히 기술의 컨버전스(융합)가 급진전하면서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등 일부 핵심 R&D부처간의 헤게모니 다툼과 업무중복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과학기술 정책시스템의 재정립도 국과위 기능강화에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행정체계는 대통령 직속인 국과위와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축으로 △총리실 산하 3대 연구회 △14개 정부부처와 산하 7개 외청 △정부직할 연구기관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문제는 없나=정부와 과학기술계는 기존 R&D정책의 사전조정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문제는 조정시스템의 정점에 국과위가 존재하고 이를 주도하는 것이 과기부라는 사실에 일부 부처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그런 만큼 이번 개정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국과위의 위상과 기능이 커질수록 과기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 기초기술연구회 정명세 이사장은 이와 관련, “국과위가 제역할을 하려면 권한과 기능을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이렇게 되면 과학기술 주무부처인 과기부의 역할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국과위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프트웨어적으로 운용의 묘를 살려 국과위 운영에 내실을 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