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적고 인력과 기술기반이 취약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이제는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제품생산과 직결되는 산업기술, 그것도 발전잠재력과 부가가치가 높은 유망 핵심기술에 주력해야 합니다.”
신임 김동철 산업기술평가원(ITEP) 원장은 지난 20년간 반도체가 우리나라를 여기까지 이끌고 왔듯이 이제는 새로운 20년을 이끌 제2의 반도체기술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제는 핵심 산업기술이나 한두 개 기업이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으며 이는 국민의 삶의 질에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다만 국가산업의 백년대계를 생각해 산업잠재력을 키우는 기초연구나 과학에 대한 투자 또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기술고시 6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원장은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장까지 30여년간 산업기술분야에서 일해왔으며 미국 워싱턴대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자타가 공인하는 산업기술 기획 및 정책 분야의 전문가다. 이달초 산자부 1급 인사때 산업기술평가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기술의 중요성은 기초 과학수준이 높은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산업기술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과 핀란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핀란드의 국가연구개발투자의 45%를 IT기업인 노키아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부를 책임질 수 있는 첨단 산업기술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나타내주는 것입니다.”
지난 99년 3월 설립된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은 정부를 대신해 산업현장의 기술개발과 기업을 지원하고 미래의 전략기술 육성을 책임지는 기관이다. 기술입국을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 및 아이디어 발굴, 연구소·기업·대학의 훌륭한 기술 육성 및 지원, 기술개발에 환경여건이 되는 기술정보·인력양성·개발성과 확산·표준화 추진 등이 주요업무다.
“우리 평가원은 해외의 유수한 평가기관들과 상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양국간 윈윈할 수 있는 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공동펀드 조성, 인력교류 등 다양한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10월에는 핀란드· 미국 등 7개국의 기술평가기관들과 연구개발평가의 글로벌스탠더드를 모색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가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다. 그럼에도 아직 예산의 절대규모뿐 아니라 연구원 1인당 투자규모도 미국, 일본 등 주요 기술강국들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아쉬움이다.
“우리나라의 자원과 예산규모를 감안하면 결국 한정된 연구개발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자해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여기에 한국산업기술평가원의 역할과 기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