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90mm공정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세라믹 패키지
나노시대를 연 주인공이라는 영광스런 프리미엄을 노린 반도체업체간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1Gb급 낸드(NAND)형 플래시메모리를 이달부터 90㎚ 공정을 적용해 업계 처음으로 양산을 시작한다고 주장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90㎚ 양산은 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공정의 시발점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공정을 기존 200㎜ 웨이퍼 생산라인에 적용해 이미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했고 하반기에는 300㎜ 웨이퍼 전용라인인 12라인에서 90㎚ 공정을 적용해 양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삼성전자의 주장에 대해 인텔과 IBM·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나노공정에서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IBM은 세계적인 팹리스업체 자일링스와 함께 지난 3월 미국 이스트피시킬 공장에서 90㎚ 공정을 적용한 300㎜ 웨이퍼로 초고집적 FPGA 양산을 시작했다며 삼성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IBM은 같은 공정으로 자일링스의 또다른 협력사인 대만의 파운드리 전문업체 UMC도 지난달부터 양산을 시작했다고 반박한다.
인텔과 TI의 반응은 더 냉담하다.
인텔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실리콘게르마늄(SiGe) 공정과 표준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공정이 적용된 90㎚급 하이브리드 공정으로 300㎜ 통신용 반도체를 개발했고 차세대 펜티엄4인 ‘프레스콧’도 90㎚∼300㎜ 공정이 적용된 시제품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인텔은 이를 하반기부터 대량생산할 계획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90㎚ 공정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300㎜ 웨이퍼가 필수적이며 여기에 구리공정, 저유전체(low-k) 등 회로간 간섭을 방지할 수 있는 특수공정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 그러나 삼성의 플래시메모리는 단순한 로직공정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200㎜ 웨이퍼에서도 구현이 가능했겠지만 300㎜ 양산시점은 더 늦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TI 관계자는 “시스템LSI와 시스템온칩(SoC) 등에서 90㎚ 공정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회로간 간섭문제 등을 고려해 아예 300㎜로 세대가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90㎚ 최초 양산의 의미는 메모리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종합반도체업체(IDM) 중 자신의 팹에서 자사의 제품을 90㎚ 공정을 적용해 양산한 것은 결론적으로 삼성전자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소량생산에 불과한 FPGA와 대량생산인 메모리는 양산의 개념이 달라 자신들이 나노시대를 연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나노공정으로 들어가게 되면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보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장과 기술,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 “결국 대규모 투자를 통해 나노미터급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업체들은 몇 손가락 안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