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물류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 해결책으로 종합적인 물류정책 정비와 물류시스템 구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수수료 인상이나 운송업체 지원 등 단기적인 처방책 못지 않게 다단계 알선, 친인척 거래구조 등 고질적이고 후진적인 물류업계의 병폐를 제거하지 않고는 물류의 선진화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이 물류업계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물류시스템 구축=낙후된 물류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체계적인 물류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주와 차주 사이에 정보가 폐쇄적으로 공유되다보니 공차운행이 많아 수송비가 과다하게 발생하고 이는 결국 기업의 원가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건교부가 집계가 공차운행률은 자가 화물차의 경우 49%, 사업용 화물차도 32%에 이른다는 것이다. 낙후된 보관·하역 포장 등의 시설과 시스템도 직접적인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화물정보시스템(CVO)·지능형교통체계(ITS)·전자문서교환(EDI)사업 등 종합물류망 사업에 대한 재정비와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전경련 이규황 전무는 “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14∼16%인데 정보기술을 활용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면 최소 4%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며 “경제단체와 정부가 나서 장기적으로 물류시스템과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적 지원 절실=물류기업을 위한 정책지원도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경제단체 부회장 간담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전경련 동북아 허브팀 손경숙 과장은 “정부의 산업정책이 제조업 중심으로 짜여지면서 물류와 관련한 정책·제도적 지원은 백지상태였다”며 “물류가 제조활동에 버금가는 중요성이 있는데도 그동안 정부는 제조나 생산활동의 부가적인 영역으로 취급해 조세와 금융상의 지원이나 정책면에서 물류기업을 차별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진이나 대한통운 등 물류기업의 전문화나 대형화가 늦어지고 물류기업의 대외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진그룹 산하 3개 물류회사의 총 매출액은 연간 11조원 수준이지만 이는 일본의 대형 물류회사인 일본통운 1개사의 연간 매출 13조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낙후된 물류구조 개선=다단계 알선 등 후진적 물류구조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하는 과제다. 마치 건설업체의 하청과 재하청과 같이 최소 3단계 이상의 다단계 운송 거래구조가 물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 임복순 팀장은 “다단계 알선을 줄이기 위해 차량 1대만 갖고 있어도 개별등록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더라도 현재의 물류구도를 그대로 가져간다면 다단계 알선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화물운송 정보시스템을 확충하는 방법 등을 통해 중간의 알선 단계를 줄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아웃소싱 명목으로 묵시적으로 퇴직 직원이나 친인척에게 화물정보를 독점시키거나 비효율적인 자회사 개념으로 물류회사를 운영하는 관행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물류 경쟁력의 대안으로 꼽히는 3자 물류가 정착하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고질적인 병폐에서 연유한다는 것이다.
<유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