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곤 신임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54)의 집무실 책상은 특이하다. 기관장을 상징하는 화려한 목조 책상이 아니라 기능성이 우선된 사무용 책상이다. 이 책상은 회의 테이블과 붙어 있다. 일상업무나 부서장과의 회의는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 책상은 30여년간 기술관료로 일해온 김 원장의 실용주의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실용주의를 우선하는 김 원장의 사고는 그대로 진흥원의 향후 비전으로 연결된다.
“진흥원의 위상을 연구조직에서 정책 집행기관으로 다시 정립할 것입니다. 진흥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가적인 인터넷 망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김 원장은 진흥원이 실질적인 정보보호의 요체로 자리잡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 위주인 조직 체계를 기반보호에 무게중심을 둔 형태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연구 업무는 과감히 아웃소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연구조직은 시간을 두고 연구 결과를 내는 곳입니다. 정보보호 사고는 시시각각 터지는데 한가하게 연구에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진흥원은 정보보호의 야전사령부입니다. 사고에 대비해 가상 시나리오를 만들고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김 원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외 벤치마크 사례를 찾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해외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쟁력을 높인다는 청사진이다. 더불어 지나치게 다양한 업무에서 발생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편다는 방침이다.
“우선 버릴 것을 찾아야 합니다. 필요없는 업무를 정리하다보면 여유가 생기고 이 여유를 꼭 필요한 신규 업무로 채워나갈 생각입니다.”
인터넷대란 이후 정보보호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실제 정보보호 산업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분별없는 지원보다는 수요 창출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제 정보보호 산업 육성 정책은 자금 지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수요를 일으킬 수 있도록 주요 기관과 기업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보호 시스템을 갖추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구속력이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출혈경쟁을 막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터넷대란은 정보보호가 국가시스템의 유지에 결정적 요소라는 교훈을 남겼다. 김 원장은 최소한 ‘인터넷 기간망에 대한 보호’는 진흥원이 책임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원장의 임기는 2006년까지다. 마침 2006년은 진흥원이 만들어진 지 10년 째 되는 해다. ‘세계 최고의 정보보호 기관’을 만들겠다는 신임 원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